[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남길의 시대다. 지난 해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로 데뷔 16년 만에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흥행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런 김남길이 사제복을 벗고 퇴마사로 변신했다. 영화 ‘클로젯’에서 기존 작품들 속 퇴마사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벼운 농담과 능청스러운 성격이지만 악령을 내쫓는 실력만큼은 일품인 인물로 매력을 발산했다. 김남길은 “현실적인 인물을 그리고자 했다. 직업적인 부분은 음지에 있지만 편안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캐릭터 구축 방식을 설명했다.

-‘클로젯’에 왜 출연하게 됐나.

“평소 공포영화를 싫어해서 장르가 공포라는 것을 듣고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일단 읽어보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소재에 대한 신선함을 느꼈다. 또 오컬트 장르가 드물기도 했고. 하정우 형이 ‘소재의 다양성을 갖고 만들면, 다음에도 이런 소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냐’면서 ‘우리가 대의를 함께 하자’고 입바른 소리로 설득했다. 정우 형과 작품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함께 하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극 중 연기한 경훈 캐릭터는 기존 퇴마사와 달리 밝고 경쾌한 인물인데.

“공포영화를 못 보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나왔을 때 좀 덜 무서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일부러 가볍게 연기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연기하려고 했다. 최대한 많이 절제하면서 기복이 크지 않게 연기하려 했다. 너무 한 톤으로 가지 않으려고 콘셉트를 좀 다르게 잡았다.”

-오컬트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장르의 매력을 느낀 점이 있다면.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데 사람들이 놀랄 때 희열을 느꼈다. 나도 놀라서 옆에 앉은 (김광빈) 감독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웃음) 관객들이 놀라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또 그 외적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다른 공포영화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영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나.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마무리를 짓는다. 공포 장르로서 긴장감을 갖고 가다 보니 영화 후반 드라마도 긴장감 있게 이어진 것 같다.”

-퇴마사라는 직업은 사실 상 한국영화에서 많이 차용됐다. 기존 캐릭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퇴마사는 종교적인 것에 입각해서 나오는 게 많았다. 신부나 사제 이야기가 많았다. 이 인물의 캐릭터를 받았을 때 그것에 차별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럽적인 소재와 소품 세트 에 토속신앙이 더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종교적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술들도 한국적인 것과 다양한 것들을 조금씩 차용해서 만들었다. 손동작은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참고했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팔에 문신을 하기도 했다.”

-하정우와 첫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작품을 하기 전부터 친한 사람들이 작품을 하고 더 친해지는 게 쉽지 않다. 틀어지거나 발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정우 형과는 좋았다. 정우 형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잘 갖고 와서 연기를 하는 게 놀라웠다. 현실적인 ‘케미’가 잘 담긴 것 같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이렇게 코드가 잘 맞으면 더 재밌는 시너지가 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장이 재미있다 보니 코미디를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해 ‘열혈사제’가 크게 흥행하고 대상까지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있나.

“사실 상 받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 예전에는 내가 잘 안 풀리는 이유를 밖에서 찾았다. 사실 알고 보면 문제는 내 자신에게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매력이 없었던 것일 텐데. 대상을 받고 나서 ‘이게 내 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두려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못하게 될 때가 올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더라. ‘열혈사제’가 잘 돼서 기회들을 조금 더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만나고 싶은 작품들이 있다면.

“영화에서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이 한 톤으로 가는 것보다 복합적인 장르라 특정 장르를 해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아르나 코믹, 액션, 멜로 등 다 해보고 싶다. 장르 성향에 맞게 조금씩은 유연하게 대처하겠지만, 정통 장르를 많이 해보고 싶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