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골프여제’ 박인비(32)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0승 고지에 오르면서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 출전 전망에도 청신호를 켰다.

박인비는 16일(이하 한국 시각)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시턴의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3ㆍ663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엮어 1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를 친 박인비는 2위 에이미 올슨(11언더파 281타)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세리에 이어 한국 선수 2번째 20승째

박인비는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 원)를 추가해 시즌 상금 32만7163달러로 이 부문 1위로 도약했다. 박인비가 LPGA 투어 상금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지난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다시 LPGA 정상에 우뚝 섰다. 2008년 6월 US오픈에서 LPGA 투어 첫 정상에 오른 그는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20승째를 달성했다. 투어 통산 20승을 돌파한 한국 선수는 은퇴한 박세리(25승)에 이어 박인비가 2번째다.

LPGA 투어 전체로는 로라 데이비스(57ㆍ잉글랜드), 크리스티 커(43ㆍ미국)와 함께 공동 26위에 포진했다. 이 부문 1위는 캐시 휘트워스(81ㆍ미국)다. 그는 1962년부터 1985년 사이에 무려 88승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박인비에게는 의미 있는 우승이다. 이번 대회 결과로 세계랭킹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24일부터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6월까지 세계랭킹에서 전체 15위 이내에 들고, 한국 선수 중에서는 4위 이내에 진입해야 한다. 박인비는 현재 세계랭킹 17위로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1위)과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9위), 김효주(12위)에 이어 6번째에 올라 있다. 박인비는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전반기에 최소 2승을 거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 티켓을 확보해 2016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박인비 “특별한 의미의 우승이었다”

3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날을 시작한 박인비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번홀(파4)에서 샷이 흔들리면서 보기를 냈다. 그러나 곧 강한 정신력으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2번홀(파5)에서 버디 기회를 놓쳤으나 3번홀과 4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순항했다. 이후엔 파 세이브 행진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박인비는 9번홀(파5)에서 이날 경기 2번째 보기를 기록했지만 4타 앞선 채 반환점을 돌며 우승을 향해 거침 없이 달려갔다.

후반 들어서는 위기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공격적인 플레이보단 안정적인 플레이로 2위와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15번홀(파5)에서 파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겨가면서 류위(중국)에게 2타 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이후 17번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는 우승이 확정되자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축하 세례도 받았다. 박인비는 우승 시상식에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며 "대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애들레이드 도착해서 코스를 둘러 봤는데 관리가 잘 돼 있어서 성적에 관계없이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년 만에 호주 대회에 출전했다. 우리 팀에 호주 사람들이 많은데 우승까지 해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아연(20)은 대회 3라운드까지 2위였다가 이날 4타를 잃고 공동 6위(8언더파 284타)로 미끄러졌다. 지난주 빅오픈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질주하고도 마지막 날 9타를 잃고 16위로 밀려났던 조아연은 향후 뒷심 부족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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