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허훈 SNS 영상으로 촉발한 마을버스 논란
남녀 농구 국가대표팀 지원 약해 비난 자초
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대한민국농구협회(이하 협회)가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미니버스 지원으로 논란 중심에 섰다. 앞서 여자농구 대표팀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협회는 비난을 자초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협회의 졸속 행정은 허훈(25ㆍ부산 KT 소닉붐)의 소셜미디어 영상이 촉매제가 돼 알려졌다.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인도네시아 원정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된 허훈은 14일 인스타그램에 짧은 영상 여러 개를 게재했다. 남색 미니버스가 등장하고 190㎝가 넘는 동료 선수들이 힘겹게 차에 오르는 장면이 찍혔다. 버스 내부를 촬영한 영상에선 앞뒤 좌석 사이 공간이 너무 좁아 선수가 불편해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허훈은 영상과 함께 “진천 가는 버스 클래스”라며 “마을버스 부릉부릉”이라는 글을 남겨 황당한 상황을 비꼬았다.

앞서 대표팀 선수 12명 중 9명은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는 충북 진천으로 가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협회 본관에 모였다. 놀랍게도 그들 앞에 준비된 차량은 소속팀 일정을 위해 타는 대형버스가 아니었다. 협회가 선수들을 굳이 본관으로 모이게 하고 진천까지 가게 해 번거로움을 초래한 것도 모자라 마을버스를 연상케 하는 미니버스에 태워 2시간 넘는 거리를 이동하게 하면서 대중의 비난이 거세졌다. 협회는 25인승을 16인승으로 개조한 버스였다며 선수들을 배려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대형과 미니버스 사이 대절료가 약 30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협회의 불투명한 예산 사용을 꼬집는 주장까지 쏟아졌다.

협회의 지원 부족 문제는 여자 대표팀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귀국한 11일 먼저 구설에 올랐다.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고 온 대표팀 에이스 박지수(22)의 작심 발언으로 그 동안 곪았던 협회 치부가 드러났다. 박지수는 “뛰는 게 창피하다고 느꼈다. 아쉬움도 많았고 화도 났다. 일본이나 중국은 외국에 나가서 친선경기도 하는데 한국은 항상 우리끼리 운동하고 시합한다. 한계가 있다고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지원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여자 대표팀에서 나온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사흘 뒤 남자 대표팀으로까지 번지면서 협회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온 논란을 불식하기는커녕 해를 거듭할수록 키우고 있다. 여론의 시선은 방열(79) 협회장의 안일한 대응으로 향했다. 방 회장은 2013년 취임하면서 대표팀 전력 강화를 우선순위로 꼽았으나 7년이 지난 현재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열악한 지원 문제만 두드러졌다. 대표팀 경쟁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세계 농구는 시대 흐름에 맞게 진화한다. 하지만 협회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남은 아시아컵(남자), 도쿄올림픽(여자) 등 국제대회 이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리라 예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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