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전세계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겼다. 아카데미 수상 후 북미에서 현지 박스오피스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할리우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기생충’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한국영화들 역시 주목 받고 있는 분위기다. ‘오스카 후광’으로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꼭 봐야 할 한국영화’로 꼽히고 있다.

■ “한국은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 나라”..달라진 한국영화 위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14일 오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특별 상영전이 열렸다. 연합뉴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15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매출 1억7042만 달러(한화 약 2016억 원)를 기록했다. 북미 누적 매출액은 3940만 달러(466억1020만원)이고, 북미 지역을 제외한 국가 수익은 1억3102만 달러에 달한다.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역대 흥행 순위 5위다.

‘기생충’은 미국 드라마로도 일찌감치 제작을 확정했다. 미국 케이블채널 HBO가 드라마 작업을 진행 중으로 봉 감독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기생충’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현지 제작진에 전할 계획이다.

‘빅쇼트’의 애덤 매케이 감독이 연출자로 나섰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헐크 역과 ‘비긴 어게인’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마크 러팔로가 ‘기생충’의 송강호 역으로 유력하다. ‘설국열차’ ‘옥자’로 봉 감독과 오랜 인연을 맺은 틸다 스윈튼이 장혜진이 맡았던 ‘충숙’ 캐릭터를 소화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드라마는 캐스팅 작업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한다.

HBO뿐 아니라 할리우드 제작 배급사들은 봉 감독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베놈’ 등으로 유명한 웬디 벡스터 소니픽쳐스 TV부문 부사장은 “그의 광팬이다. 소니픽쳐스는 봉 감독과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영화의 독창성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점점 한국 문화에 눈을 뜨며 알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국 문화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으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성취가 한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승한 한국은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 나라”라며 꼭 봐야하는 한국영화 30편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와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이 언급됐다.

외신 스크린랜트 역시 영화 정보 사이트 IMDb 평점이 높은 영화 10편을 소개했다. ‘마더’ ‘곡성’ ‘부산행’ ‘복수는 나의 것’ ‘아가씨’ ‘올드보이’ 등이 필람 영화로 꼽혔다.

■ 몸집 불어난 한국시장

영화 '기생충'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예 전문 잡지 데이즈드는 한국영화의 인기를 빗대어 한류와 할리우드를 합성한 ‘한류우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한국영화에 대한 전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영화 시장의 몸집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픽쳐스는 지난 해 한국영화 매출이 16억 달러(1조 89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영화 산업은 문화 관련 경제산업 중 높은 수요를 자랑하는 분야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극장 관객수는 2억2668만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 관람 횟수 역시 높다. 국내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는 4.37회로 아이슬란드의 4.32회를 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극장 관람권 매출액 역시 1조9140억 원으로 젼년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영화 시장의 발전과 한국영화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은 비례적이다. 전 세계에 K팝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봉준호 감독님. 정말 축하드린다”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K팝에 이어 K무비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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