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갈수록 눈에 띄는 신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최근 한 농구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 같은 한탄을 늘어놨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유례없는 전력 평준화 속에 ‘역대급’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1위 원주 DB부터 8위 서울 삼성까지 격차가 불과 8경기일 정도로 봄 농구 진출을 위한 경쟁이 어느 시즌보다 뜨겁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이 10개 구단이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순위 다툼에 농구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토종 선수의 비중 확대도 올 시즌 흥행 포인트다. 외국 선수 2명이 60분을 뛰다 올 시즌 40분으로 줄어들면서 외국 선수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국내 선수의 존재감은 확연히 올라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팬들의 주요 관심사인 신인왕(최우수 신인) 경쟁은 맥이 빠진다. 올 시즌엔 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슈퍼루키들이 보이지 않는다. 역대 최악의 신인왕 레이스라는 혹평이 나온다. 신인왕은 스타 등용문이다. 신인왕을 탄 선수는 대부분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대형 신인의 등장은 리그 흥행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어 마땅한 신인왕 후보조차 없는 실정이다.
올 시즌 신인 선수가 최대로 뛸 수 있는 정규리그 경기수는 42경기다. 이 중 절반인 21경기 이상 출전해야 신인상 후보 자격을 획득한다.
그나마 신인왕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 받는 선수는 원주 DB의 김훈(24)이다. 김훈은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총 22명 중 가장 많은 경기 출전과 시간을 기록 중이다. 일반인 선수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2라운드에 선발된 그는 21경기에 출전해 평균 11분 13초를 뛰어 신인왕 후보 기준을 충족했다. 17일 기준으로 평균 2.8점 1.1리바운드 0.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신인들 중에선 가장 좋은 기록이고, 일반인 출신이라는 스토리가 있지만, 신인왕 유력 후보라고 하기엔 임팩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훈의 뒤를 이어 박정현(24ㆍ창원 LG)이 19경기, 전성환(23ㆍ고양 오리온)이 17경기, 김진영(22 ㆍ서울 삼성)이 15경기를 소화했다. 이들은 잔여 경기에서 꾸준히 출장하면 신인상 자격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설사 조건을 채우더라도 김훈보다 기록이나 공헌도, 임팩트 면에서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역대 최악의 신인왕으로 꼽히는 선수는 2015-2016시즌 LG 정성우(당시 1라운드 6순위, 4.2점, 2.8어시스트, 1.7리바운드)였다. 2018-2019시즌 신인왕은 KGC 인삼공사 변준형(8.3점·2.1리바운드·2.2어시스트)이 차지했다.
올 시즌 신인 선수 중 경기 평균 4.0점 이상을 넣고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사실 최근 프로농구에선 신인들의 기여도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예전처럼 데뷔와 동시에 충격적인 활약을 펼치며 리그를 달구는 신인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신인 선수가 평균 두 자릿수 득점-5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건 2014-2015시즌 신인왕인 고양 오리온 이승현(10.9점·5.1리바운드·2어시스트)이 마지막이다.
특급 신인의 실종, 모처럼 프로농구 인기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KBL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