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박태환(사진)은 개인후원사 로고 문제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OSEN 제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08년 8월7일. 당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출전했던 박태환의 수영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태환의 수영모에는 태극기와 개인 후원사인 스피도 로고 그리고 박태환의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제가 된 건 스피도의 로고 크기였다.

올림픽 규정은 나라이름 또는 국기의 크기는 32cm 이내, 이름은 20cm 이내 그리고 후원사의 로고는 6cm 이내로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가로 3cm, 세로 2cm 이내여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메달 박탈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다행히 개막일인 2008년 8월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박태환의 수영모를 직접 자로 잰 뒤에야 착용을 허락했다. 박태환은 '스피도 사태'를 딛고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는 7월24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선 '제2의 박태환'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OC가 한층 유연해진 광고 규정을 참가 선수들에게 적용한다.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는 18일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광고 출연과 유니폼 및 장비 가이드라인을 각 종목에 배포했다. IOC는 박태환의 사례처럼 그간 올림픽 참가자(선수·지도자·관계자 포함)의 광고 출연을 공식후원사만 허용하는 등 참가자들의 상업적 활동, 특히 올림픽 출전 선수의 유니폼과 장비 브랜드 노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공식후원사는 IOC, 올림픽 조직위원회,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후원사를 아우른다. 

IOC는 이번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출전 참가자의 개인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훈련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참가자의 상업적 활동 범위를 일부 넓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올림픽헌장 내 '참가자의 상업 광고 출연'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IOC가 정한 올림픽 대회 참가자의 광고 출연 가이드라인, 유니폼과 장비의 브랜딩 규정과 관련 세칙은 지난해 말 결정됐고, 체육회는 이를 번역해 각 종목 단체에 배포, 세부 규정을 알렸다.

핵심은 올림픽 참가자가 도쿄 대회부터 비(非) 공식 후원사의 광고에 출연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전 대회까지 올림픽 참가자는 올림픽 기간 중 비후원사의 광고에 출연할 수 없었다. IOC가 정한 도쿄올림픽 기간은 7월14일부터 8월11일까지 29일이다. 바뀐 규정에 따라 이 기간에도 올림픽 참가자들은 비후원사의 통상적인 광고에 출연할 수 있다. 체육회는 통상적인 광고에 대해 "올림픽 직전에 제작된 광고가 아닌 1년 내내 전하는 일반적 수준의 통상 광고"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막(7월24일)을 앞두고 제작되는 올림픽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광고 및 선수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암시하는 내용의 광고 등은 여전히 '앰부시 마케팅'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다만 올림픽 참가자들이 올림픽 기간 개인 후원사 당 한 번에 한 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감사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선수들은 또 지퍼, 버튼, 안경, 고글 렌즈 등에 같은 바탕 색깔이나 명도를 달리하는 '톤온톤' 방식으로 개인 후원사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체육회는 각 회원종목단체 및 도쿄하계올림픽대회 출전 국가대표 선수단을 대상으로 도쿄올림픽대회 관련 광고 출연 및 유니폼·장비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후원사·비후원사, 스포츠마케팅 에이전시, 광고 대행사 등 주요 관계 기관에도 해당 가이드라인을 전달해 올림픽 헌장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체육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수정을 통해 선수들의 개인 후원사 활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선수들의 재정 자립도 제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올림픽헌장 및 대회 관련 가이드라인은 출전하는 모든 선수와 참가자들이 지켜야할 의무사항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메달 박탈이나 징계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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