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도입한 초고속카메라로 훈련하고 있는 채드 벨. /한화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바야흐로 데이터 야구의 시대다. 현대야구의 필수 요소인 과학과 데이터 전력 분석은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KBO리그에도 데이터 야구 열풍이 거세다.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잘 아는 지도자들이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전력분석 팀장 출신인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신임 감독은 ''데이터는 '효율적인 경기'를 하기 위한 도구''라고 했다.

스프링캠프 풍경도 예전과 달라졌다. 이달 초부터 호주, 일본, 미국 등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KBO리그 10개 구단은 전지훈련에서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훈련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마무리캠프에서 랩소도(투구 추적 레이더 장비), 블라스트(스윙 추적 장비) 등을 훈련에 활용했던 한화이글스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엣저트로닉 초고속카메라를 추가로 도입했다. 초고속카메라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투수용 모델이다. 특수 이미지 센서로 초고속 움직임을 초당 882 프레임까지 촬영해 슬로우 모션으로 확인이 가능해 릴리스 포인트와 투구폼 수정에 활용할 수 있다. 한화 채드 벨(31)은 “그립에 따른 공의 비행 각도 등을 아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내게 적합한 그립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변화구 그립을 세밀하게 체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C 다이노스는 올해 N-C팀(1~2군)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 PC 120대를 지급했다. 다이노스의 선수단 정보시스템인 ‘D-라커(D-Locker)’에 개인 기기(휴대전화, 태블릿, PC 등)로 접속해 자신의 영상, 기록, 트랙킹 데이터를 찾아서 스스로 변화하고, 더 좋은 기량을 찾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NC는 D-라커 시스템 분석의 수준을 올린 NC는 선수 출신의 기존 전력분석팀과 비선수 출신 분석가를 한데 묶어 데이터팀으로 통합해 현장에서 세이버매트릭스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했다. 

LG가 전지훈련에서 활용하고 있는 타자용 랩소도. /LG 제공

지난해부터 잠실구장과 이천챔피언스파크에 트랙맨(공의 속도, 공의 수직·수평 변화, 타격 발사각도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시스템)을 가동한 LG 트윈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휴대용 트랙맨 포터블 2대와 랩소도 2대(타자용)를 전지훈련에 가져가 활용 중이다. LG는 선수단은 매일 전력분석 미팅, 타자조 랩소도 영상 분석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노석기(49) LG 데이터분석팀 팀장은 "작년 시즌 데이터와 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 현재 데이터를 혼합해 선수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데이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서로 토론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SK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바이오 메카닉스(운동역학)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바이오 메카닉스는 야구뿐만 아니라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활용도가 높은 운동역학의 한 분야다. 대상자의 신체 각 부분에 센서를 부착해 몸동작과 근육 이용을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교정해 대상자가 가진 힘을 최적의 밸런스로 끌어내는 방법을 찾는다. 4D 모션이라는 장비로 SK 선수들의 움직임을 데이터화 한다. 박윤성 SK 데이터분석그룹 매니저는 “예를 들면 투구나 타격을 할 때 관절 회전 속도와 각도 등을 측정해 선수들에게 피드백 한다. 특정 부위의 과부화를 방지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도 ‘데이터 전문가’인 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더욱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투수·타자 파트에 랩소도를 각 1개씩 활용 중인 삼성은 훈련 때 나온 데이터를 매일 공개하고, 전력분석팀에서 선수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블라스트모션, 핵어택, 랩소도, 엣지트로닉스 초고속카메라를 도입했고, KIA 타이거즈는 첨단 레이더 분석 시스템인 '플라이트스코프 스트라이크'를 활용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도 투수용 랩소도 장비를 전지훈련에서 운용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역시 트랙맨과 랩소도를 적극 활용 중이다.

김창현 키움 퀄리티컨트롤 코치. /키움 제공

첨단 장비 도입이 능사는 아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를 활용하고, 선수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롯데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끌어 모았고, 파트별 코디네이터들을 영입했다. 성민규(38) 롯데 단장은 “아무리 좋은 장비를 들여와도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전문 인력들을 영입해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은 17일 김창현(35) 전력분석원을 퀄리티컨트롤 코치로 선임했다.  키움은 김 코치가 앞으로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통계, 데이터 자료 등을 분석해 각 파트별 코치들과 경기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경기 중에는 감독의 의사결정을 돕는 소임을 맡는다고 밝혔다.

SK는 바이오메카틱스에 정통한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와 관련 전공자를 채용했다. LG도 지난 시즌 후 트랙맨 데이터 분석의 경험이 많은 박세훈 분석원을 영입하는 등 2군 데이터분석을 강화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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