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박현주.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 20세기 중반 프랑스 소설가이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가 남긴 말이다.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겁 없는 새내기 박현주(19)가 사상 첫 2라운드 출신 신인왕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프로배구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여자부 신인왕 경쟁도 윤곽을 드러냈다. 올 시즌 여자배구 신인왕 경쟁은 박현주, 이다현(현대건설), 권민지(이상 19ㆍGS칼텍스)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이다현이다. 정통 센터인 이다현은 외국 선수 마야가 시즌 초반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들쭉날쭉하면서 동기들보다 코트에 설 기회가 많았다. 그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플레이로 양효진(31), 정지윤(19)과 함께 미들블로커진을 꾸리며 현대건설의 선두 질주에 이바지했다. 

시즌 중반 권민지가 가세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신인왕 레이스는 최근 박현주가 합류하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시즌 초반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했던 박현주는 최근 루시아 프레스코(29)와 이재영(24)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코트에 서는 시간이 많아졌다. 박현주는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이다현과 권민지에게 쏠려있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왔다. 박현주는 지난 16일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에서 개인 최다 타이인 14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7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경기 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다 하는 선수가 몇 없다. 그 부분을 강조해주셨으면 한다"며 ‘박현주 띄우기’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박현주도 신인왕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면서 “만족이란 없다. 열심히 하다 보니 운 좋게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신인왕도 솔직히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신인왕 경쟁 상대인 이다현과 권민지는 평소 절친한 친구다. 특히 이다현과는 중앙여고 동기여서 더욱 각별하다. 매일 연락을 해 고민을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박현주는 절친들과 신인왕 경쟁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평소에는 배구 얘기는 잘 안 하고 일상 얘기만 한다. 솔직히 친구들과 신인왕 경쟁을 할 줄 몰랐다. 친구와 경쟁이다 보니 행복하지만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마음도 크다”라고 웃었다. 

박현주가 신인왕을 받고 싶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과 같은 유형의 선수도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박현주가 신인왕에 오르면 V리그 역사상 첫 번째 2라운드 지명 출신 신인왕이 된다. 2005년 황연주(당시 흥국생명)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정지윤까지 역대 여자부 신인왕은 모두 1순위가 차지했다. 박현주는 "전 1라운드 지명자도 아니고, 키도 크지 않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다. 저 같은 유형의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더 열심히 운동해 나중에 후배 선수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현주의 롤모델은 팀 선배 김해란(36)과 ‘서브퀸’ 문정원(28ㆍ도로공사)이다. “(김)해란 언니가 수비에 대해 많이 조언해주신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셔서 닮고 싶다. 또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평소에 서브 연습을 많이 하는데 저와 키가 비슷하고 같은 왼손잡이인 (문)정원 언니처럼 여라 방면에서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현주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쌍둥이 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프로배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현주는 한유미-한송이, 이재영-이다영처럼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프로 무대에서 뛰는 날을 꿈꾼다. “가족들이 힘들 때 큰 힘이 되어준다. 동생들과 프로 무대에서 함께 뛰는 날을 상상하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제가 더 잘해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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