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CF는 시청자들이 스타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채널이다. 스타들은 방송에서 쌓은 이미지를 CF에서 발휘하기도 하고 CF를 통해 얻은 이미지로 오랜 기간 사랑 받기도 한다. 보통 1~2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CF 시장에서 오랜 기간 모델로 활동하며 브랜드와 한몸이 된 스타들이 있다. 브랜드와 의리를 지키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스타들엔 누가 있을까.

■ '인간 맥심' 이나영부터 '카누 바리스타' 공유까지

CF 장수 모델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얼굴이 이나영이다. 이나영은 2000년 처음 맥심 모델로 발탁된 이후 20년 가까이 맥심 모델로 활약하며 '인간 맥심'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나영이 가창한 "여름이니까 아이스 커피 여름엔 맥심 아이스"라는 노랫말의 CF송은 가사만 봐도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다.

맥심은 유독 광고 모델을 오래 쓰기로 유명하다. 이나영 외에도 배우 안성기는 지난 1983년부터 무려 약 36년 간 맥심 모델로 활동했다. 전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의 경우 맥심의 화이트 골드 모델로 활동했다. 지난 2012년 처음 이 브랜드의 모델이 된 후로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 맥심 화이트골드는 믹스 커피 시장의 프리미엄 모델로 주목을 받았으며, 김연아의 광고 효과에 힘입어 '연아 커피'라 불리기도 했다.

배우 원빈 역시 이나영과 함께 커피계의 장수 모델로 손꼽힌다. 2008년 TOP 론칭 때부터 모델로 활동한 원빈은 10년이 넘게 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게 그냥 커피라면 이건 TOP야"라는 카피는 큰 인기를 끌며 다른 많은 분야에서 패러디됐는데. 원빈이 빠진 TOP는 '그냥 커피'로 보일 정도로 원빈과 TOP는 서로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카누 모델 공유.

배우 공유는 '카누의 개국공신', '카누 바리스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카누의 시작과 함께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카누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과 우유 성분이 들어간 믹스 커피가 대세였던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카누는 '블랙 커피'로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블랙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카누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장수하는 상품으로 거듭났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라는 카누의 광고 카피는 보기만 해도 공유의 목소리로 들리는 것 같다.

■ 짧아진 광고 모델 생명… '장수 모델' 뜨는 이유는?

이 같은 '장수 모델' 케이스를 광고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최근 SNS 시장이 성장하면서 광고 모델이 바뀌는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빠른 시간 내에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SNS 바이럴 광고의 경우 통상 6개월, 짧게는 3개월 정도의 계약 기간만 갖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5년, 10년 한 브랜드와 함께하는 '장수 모델'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시장에서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잘 맞고 오랜 시간 꾸준히 대중의 신뢰를 받는 모델을 찾는 건 행운이라고 입을 모은다. CF 모델은 인기의 척도. 즉 인기가 사그라지거나 이미지에 큰 훼손을 입을 만한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면 광고 모델 역시 계속할 수가 없다. 이나영, 원빈, 공유, 김연아, 안성기 등 CF 장수 모델로 사랑받는 스타들은 활동 기간 동안 큰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대중의 관심과 이미지를 잘 지켜온 케이스로 꼽힌다. 즉 이런 모델과 만났다면 굳이 광고 모델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7년 만에 다시 엘라스틴 모델 된 전지현.

또 특정 모델이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을 경우 그 흔적을 다른 모델로 지우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최근 황보라가 15년 만에 왕뚜껑 CF를 다시 찍은 사례나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엘라스틴 했어요"의 전지현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황보라는 과거 왕뚜껑 CF로 '왕뚜껑 소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각광받았고, 전지현은 2004년 엘라스틴 모델로 발탁된 뒤 11년 동안 모델 자리를 지키며 LG생활건강으로부터 '헌정 광고'를 받기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지현을 모델로 재기용하며 "전지현은 엘라스틴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광고를 통해 '아름다운 머릿결'의 대명사가 된 전지현과 출시 이래 전지현과 함께하며 대한민국 샴푸 판매 1위 브랜드로 성장한 엘라스틴의 끈끈한 관계를 드러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지현을 오래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또 다른 브랜드인 BHC 관계자는 "매년 전속 모델을 교체하는 것보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관계가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며 장수 모델 기용의 장점을 강조했다.

사진=동서식품, LG생활건강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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