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감칠 맛 나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자리잡은 배우가 있다. 라미란의 이야기다.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낸 라미란이 영화 ‘정직한 후보’(12일 개봉)를 통해 원톱 주인공을 꿰찼다. 극 중 4선을 앞둔 국회의원 주상순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거짓말만 일삼던 주상숙이 졸지에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며 겪는 난처한 상황을 완벽히 표현했다. 작위적이지 않은 코믹 연기와 ‘사이다’같은 대사로 즐거움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미란은 “평소 거짓말을 안 하고 못하는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설정만으로 통쾌했다”고 털어놨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남성 주인공에서 여성 주인공으로 설정이 바뀌었는데.

“연기에 영향을 받을까 봐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안 봐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한국화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읽을 때도 ‘이게 남자에서 바뀌었구나’를 잘 못 느꼈다. 남자 국회의원의 이야기였다면 조금 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진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여자로 바꿨다고 들었다.”

-거의 매 장면에 등장한다. 분량이 많은데다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야 했는데.

“이게 코미디다 보니 매 장면마다 재미있기를 바라지 않나. 하나의 서사를 갖고 장면을 안배하는 게 아니라 매 신마다 달라붙어야 했다. 어느 장면에서 누가 웃을지 모르니까 할 수 있는 한 장면마다 웃음을 살리려고 했다. 그 와중에 억지처럼 느껴지지 않게 끈을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너무 과해도 안 되니까.”

-‘정직한 후보’는 대놓고 웃기는 영화다. 전통 코미디 연기를 하니 자신감이 생겼나.

“역시 코미디는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실은 전작들에서 좀 웃기는 연기를 할 때도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그랬을 뿐 코미디 연기를 한 건 아니었다. 이번 작품은 대놓고 코미디다. 유치해도 일단 관객들을 웃기고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상업영화 코미디물은 보기 드물었다.

“이 다음에도 누군가 이런 시도를 한다면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까지 느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 영화가 더 잘돼서 다른 도전들이 더 잘됐으면 한다. 물론 남성을 여성으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들을 풍자한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치에 관심이 많나.

“전혀 없다.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장유정 감독이 엄청난 조사와 취재를 했다. 그래서 현실 상황과 겹치는 장면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색깔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많은 조사 과정을 거쳤다. 누군가가 떠오를 수도 있고 기시감이 들 수도 있다. 거기서 재미와 ‘사이다’같다고 느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4.15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 소재 영화인데 바람직한 정치인이란.

“거짓말 안 하고 정직한 정치인보다는 현명하고 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해야 하는 게 정치 같다. 이런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 해도 뜻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을 텐데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정치인이 될 생각 있냐고? 전혀 없다. 코미디만큼 힘든 게 정치 아닌가.”

-자신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다. 일단 나를 낮추고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여는 것 같다. 팬클럽 회원이 네 명인데 활동을 열심히 한다. (웃음)”

-연상연하 로맨스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언제나 늘 하고 싶다. 그런데 나랑 로맨스를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 동안 모집을 많이 했는데 답이 없다. (웃음) 예전에는 20대와 로맨스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양심이 생겨서 30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하하.”

-‘내 안의 그놈’ ‘걸캅스’ 등 주연작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정직한 후보’의 흥행을 기대하나.

“기대는 당연히 하고 있다. 사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흥행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 잘 됐으면 한다. 그래서인지 너무 불안하다. 긍정적이고 좋은 평이 많아서 더 불안하기도 하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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