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한국영화 최초’라는 타이틀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영화 ‘기생충’ 팀이 금의환향했다. 칸 영화제에 이어 미국의 시상식으로 불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최고상인 작품상을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떨쳤다.

■ 6개월 걸친 오스카캠페인, 물량공세 대신 팀워크

19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해 5월 국내 개봉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또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8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일명 ‘오스카 캠페인’을 실천했고 그 결과 4관왕의 자리에 올랐다. 다른 경쟁작들이 물량공세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한 반면 ‘기생충’ 팀은 팀워크를 택했다.

봉 감독은 “오스카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며 “우리는 중소배급사 네온이라는 회사와 함께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다른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다. 그저 열정으로 뛰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나와 송강호가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인터뷰를 600번 이상 했다. 다른 경쟁작들은 전면광고 등 물량공세를 많이 했지만 우리는 아이디어와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고 홍보 방식을 설명했다. 봉 감독과 6개월 동안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한 송강호는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상을 받기 위해서 이 과정을 밟는다기보다 우리 작품을 통해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내가 작아진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 한국사회 불균형 묘사..봉준호 식 정면돌파

‘기생충’이 국내와 전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영화의 주된 메시지다. 전작인 ‘괴물’ ‘설국열차’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했던 것과 달리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의 메시지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었다. 봉 감독은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걸 실감나게 배우들이 표현했다”며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톤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게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짐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 불균형에 대한 묘사에 대해서는 “항상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다”라며 “그걸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쓴 한진원 작가는 “시나리오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취재할 때 많이 도와주신 가사도우미, 수행기사님, 아동학과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좋은 장면들을 적을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특정된 악인이 아닌 각자의 캐릭터가 드라마가 있고 욕망이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기생충’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봉 감독은 또 한국영화산업의 전망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도전적인 영화들을 산업이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획일화된 작품이 아닌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 훌륭한 독립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재능을 가진 젊은 감독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하면 산업 간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촬영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기생충’과 함께한 배우들은 감격 어린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전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이렇게 돌아와서 인사 드려 기쁘다”라며 웃었다. 이선균은 “아카데미가 선을 넘은 것 같다. 편견 없이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온 국민이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시니까 그게 참 큰일을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며 웃었다. 장혜진은 “저라는 낯선 배우를 써주셔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내일은 또 내일을 살겠다”라고 인사했다.

한국영화 한 편, 영어영화 한 편을 준비 중인 봉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을 마치고 잠시 한 숨 돌리게 됐다. “2017년 개봉한 ‘옥자’ 당시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 ‘기생충’을 너무 찍고 싶어서 힘을 내 촬영했다. 오스카도 잘 끝냈다. 마침내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끝이 났구나 싶다”며 “2015년 곽신애 대표와 처음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행복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조금 쉬어볼까 했는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조금만 쉬라고 해서 고민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jwon04@spor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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