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세 부담 감내하며 승부수 던져… "코로나19 장기화 시 손실 늘 수도"
롯데주류가 자사 생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주류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롯데주류가 지난달 캔맥주의 출고가를 낮춘 데 이어 생맥주 출고가까지 낮췄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도·소매업체와 소비자의 부담을 덜고 주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롯데주류가 올해 반등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17일 ‘클라우드’ 생맥주와 ‘피츠 수퍼클리어’ 생맥주·330㎖ 병 제품의 출고가를 8.1%~13.5% 인하했다. 주류 종량세 시행으로 생맥주 세부담이 늘었음에도 승부수를 걸었다.

클라우드는 생맥주 20ℓ 용량의 1통(케그) 기준 3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13.5% 낮췄다. 피츠는 케그 기준 3만430원에서 2만7387.4원으로 10%, 피츠 330㎖ 병은 828원에서 761.38원으로 8.1% 낮아졌다. 주류 종량세가 시작되면서 리터당 생맥주 세금이 519원에서 830원으로 올랐지만 오히려 출고가를 과감히 내렸다. 경쟁업체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 달리 파격적인 행보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이는 자영업자와 상생을 강화하고 국산 맥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최근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술 소비가 줄어들자 주류도매상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 가계가 힘들어지고 있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출고가를 인하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롯데주류의 행보가 지난해 부진했던 주류부문 실적을 만회하고 2020년 반등을 이루기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달 클라우드와 피츠의 케그 기준 출고가를 최대 14% 가량 인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매상과 식당·유흥주점 등 점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롯데주류의 케그 가격이 경쟁사보다 4000~7000원까지 비싸 입점률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일부 점주들이 롯데주류가 출고가를 올리면 경쟁사의 케그를 사용하겠다고 엄포하면서 롯데주류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겪은 시행착오가 롯데주류에겐 실마리가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로나19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타격을 입은 점주들의 가격 부담을 낮춰주면서 장기적으로 자사 제품의 입점률을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의 가격정책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롯데주류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주류의 가격정책이 현재와 같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에 이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누적 영업적자는 지난 3년간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올해는 대내외적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돼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현재의 가격 정책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꾸준히 유지된다면 롯데주류의 손실은 더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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