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왼쪽)과 김창평. /SK 와이번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정현, 최항, 김창평이 정말 눈에 불을 켜고 하더라고요."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손차훈(50) SK 와이번스 단장의 말이다. SK는 지난해 팀 창단 후 최다승(88승 1무 55패)을 거두고도 최종 3위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하며 새 시즌 준비하고 있는 SK에 내야 센터라인(유격수-2루수) 강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SK는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고질적인 내야 불안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시즌 SK의 유격수와 2루수의 포지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각각 8위(0.40)와 10위(0.59)였다.

그래서 내야 센터라인 강화는 올해도 SK 스프링캠프의 최대 화두다. 물론 믿는 구석은 있다. 20대 젊은 내야수들의 가파른 성장세다. 정현, 최항(이상 26), 김창평(20) 등 잠재력을 갖춘 원석들은 한층 더 성숙한 기량의 과시, 염경엽(52) SK 감독의 미소 짓게 만들고 있다. 

이들 3명이 주목 받은 것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열린 호주 유망주 캠프부터다. 세 선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호주 캠프에 참가해 기본기 훈련을 중심으로 개인 기량 향상에 열을 올렸다. 비활동 기간에도 유망주 캠프에서 터득한 기본기와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인천SK행복드림파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의욕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해 왔다. 

비로비치에서 열리는 2라운드 격돌은 흥미진진하다. 주전 자리 확보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합소리가 우렁차다. 실수라도 하면 아쉬움에 이를 악문다.

정현(왼쪽). /SK 제공

유격수 자리엔 정현이 기존 붙박이 주전 김성현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터줏대감인 김성현도 지난해 자진해서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고, 웨이트 훈련량을 늘려 탄탄한 몸을 만드는 등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무장했다.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2루수엔 1군 경험이 풍부한 최항과 이번 캠프 기간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2년 차 김창평이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캠프에서 자신만의 최적의 수비 밸런스를 찾기 위해 특별한 수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새롭게 1군 수비코치를 맡은 김일경(42) 코치를 중심으로 이대수(39), 홍세완(42) 내야 수비코치가 각자 이틀에 한 번씩 고강도 1 대 1 맞춤형 수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김 코치는 "내야 뎁스가 두꺼워지기 위해선 선수 각자에게 맞는 수비를 정립해야 한다.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세 선수는 성실한 훈련 태도와 간절함으로 무장했다. 바라보는 코치는 흐뭇하기만 하다.  김 코치는 "(정)현이는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 무슨 플레이를 하던 열정적이고 매사 최선을 다한다. (김)창평이는 습득 능력 뛰어나고 이해도가 빠르다. (최)항이는 모든 부분에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고 칭찬했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이번 캠프에서 생각의 틀을 깨는 변화, 자기만의 야구와 루틴 확립, 억지로 하는 노동이 아닌 질 높은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 "호주 유망주 캠프를 마치고 수비 영상을 USB에 담아서 줬다. 본인들이 그 영상을 보면서 깨닫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는지 이번 캠프에 새로운 훈련 영상을 담아 달라고 내 방으로 USB를 가지고 찾아오고 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진짜 내야수’가 되기 위한 20대 기대주들의 ‘무한 도전’이 플로리다 캠프를 달구고 있다.

비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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