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는 데이터 통해 대상을 판단할 수 있어야"
2017년부터 인공지능 인문학 구축연구 수행
이찬규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2035년, 인류보다 빠르게 로봇이 진화하면서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로봇은 인생의 동반자로까지 여겨진다. 하지만 해킹으로 인해 로봇 3원칙이 깨지고 인공지능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로봇들이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단독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 로봇’ 같은 SF영화들을 보면 인공지능(AI)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도 가지는 두뇌를 지니기도 한다. 과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하는 사회는 정말로 도래할까.

이찬규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미리 준비하고 있다. 이찬규 소장은 “전세계 50~100여 개 연구소들과 서로 정보를 교류해 인공지능 사회가 어디까지 가야할지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공동으로 고민하고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컴퓨터에서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생각하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지능을 본 딴 고급 컴퓨터프로그램을 말한다. 초기의 인공지능은 게임·바둑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정도였지만, 실생활에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지능형 로봇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 소장이 생각하는 AI는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주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좀 급진적인 사람들은 스마트폰도 AI라고 한다”며 “AI에 대해 폭넓게 사고하시는 분들은 인간지능하고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결국 인간도 다 메커니즘이고 인공지능도 메커니즘이다. 인간의 역사 700~800만년 동안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즉, 일부사람들은 ‘정신(영혼)’이란 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신경,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작용들의 결과물이 정신이지.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AI를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있는 스마트폰,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도 AI에 의한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소장은 “유튜브에 어떤 컨텐츠를 올렸을 때 그게 유튜브에 적법한지 아닌지, 포털 사이트에 댓글을 달거나 검색을 하거나 무엇을 올리거나 등 다 AI가 판단해서 올릴지 말지를 판단한다”며 “금융은 물론 이거니와 언론 쪽에서는 간단한 스포츠 기사를 쓴다든지 이런 것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5~10년 후 AI의 발달 정도에 대해 ‘알파고(지도 학습)’와 ‘알파고 제로(비지도 학습)’의 예를 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데이터를 줬다. 바둑의 기본을 주고 학습해라해서(지도학습) 알파고가 이세돌, 커제도 이기고 한 것”이라며 “그 뒤로 나온 알파고 제로 세대는 비지도 학습을 한다. 기본을 안주고 혼자 두는 것을 계속, 사람이 몇 백 년 동안 최고의 고수들이 둘 수 있는 경지에까지 올라가는데 (그들은) 며칠 안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자율학습을 통해서 (비지도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을 하는 단계에 가면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AI의 위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5년은 좀 어렵고 10년은 가능성 있다. 20년이면 확실하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알파고 제로는 순수 독학만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인공지능으로, 기존 알파고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췄다. 알파고 제로가 72시간 독학한 뒤 이세돌 대국 당시와 같은 대국 조건(제한시간 2시간씩)으로 알파고 리와 대결한 결과 100전 100승을 거뒀다.

개발사인 딥마인드는 알파고 제로가 인간이 쌓아온 정석을 외우거나 기보 학습으로 바둑을 배우지 않고도 인간 한계를 뛰어넘어 AI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규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 /임민환 기자

AI는 기업 비즈니스도 바꾸고 있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온다. 아마존의 경우 전 직원을 AI로 통제,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통계한 결과, 직원의 10%는 없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AI판단에 대해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세상은 ‘가치 중심’과 ‘효율 중심’ 크게 두 가지가 있다”라며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효율중심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고, 더 나아가 완전히 효율중심의 시대가 되면 인간은 정말 비효율적인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라고 하는 대상물은 완전히 효율 중심의 결정체다. 그래서 이를 통해 (AI)인간을 봤을 때 과연 인간이 어떻게 될 것이지 연구하려고 시작한 것"이라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완전성을 추구할 뿐이다. 그 두 가지 어떤 것도 빠져서는 인간성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술들(AI)이 인간에게 좀 효율적인 것 한 60%, 40%정도는 그래도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인식, 그 다음에 완전성을 추구해 간다는 인식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런 적정한 선을 찾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될 중요한 일들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AI의 사랑에 대한 얘기도 언급됐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별거 중으로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인간이 아닌 AI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우리가 지금 감정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유기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며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다. 유기체로서 독립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근데 AI는 그런 활동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어 감정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섹스 로봇’의 등장도 연구되고 있다. 이 소장은 “인류 존속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하고 큰 문제”라며 “원래 정상적으로 섹스를 하기 힘든 사람, 성 소외계층에서 이런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정상적인 사람들까지 활용하게 된다면 인권적으로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학교 산하 인문콘텐츠 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인공지능 인문학’ 구축을 위한 연구로 HK+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HK+‘인공지능인문학’은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토대로 미래와 함께 가는 학제적이고 융복합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인공지능이라는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철학적, 윤리학적 반성’, ‘인공지능 기술, 산업이 파생하는 사회, 문화 현상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혁신적 인문학 연구방법론 창출’을 목적으로 ▲인공지능 관계·소통학 ▲인공지능 인문데이터 해석학 ▲인공지능 윤리·규범학 ▲인공지능 기술비평학 ▲인공지능 사회문화학이라는 5개 분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AI는 굉장히 여러 가지 영역이 있어, 모든 학문분야가 접목이 될 것”이라며 “AI분야라고 국한되기 보다는 우리는 AI엑스(X)를 추구한다. 예를 들면 AI언어학, AI사회학, AI통계학 등 무엇이든 접목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토대를 인문콘텐츠 연구소 사업단이 제공, 한 분야를 AI와 연결시키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담=김태균 편집국장, 정리=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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