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종훈.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해는 무조건 잘할 겁니다. 예감이 좋아요.”
 
21일 SK 와이번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에서 만난 박종훈(29ㆍSK 와이번스)은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박종훈은 독기를 품고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의 굳은 의지는 엄격한 식단 관리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번 캠프에서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지방 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이요법이다. 식단 관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탄수화물과 결별을 선택했다. 쌀밥, 면, 감자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쳐다 보지도 않고 있다. 당분이 많은 탄산음료도 끊었다. 치즈, 고기, 채소 만 섭취한다. 다이어트 초반엔 매일 식사시간마다 음식 사진을 찍어 이지풍(42) 트레이닝 코치에게 검사를 받았다. 먼저 같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황재균(33ㆍKT 위즈)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박종훈은 “식단 관리를 시작한 뒤부터는 확실히 자고 일어나서 몸도 가볍고, 힘도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은 예전부터 ‘잘 먹는 것’을 고민했다. 2015~2018시즌 SK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가 루틴처럼 선발 등판 전 불고기 먹는 것을 보고 자신도 무엇을 먹어야 야구를 잘하는데 도움이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저와 맞는 식단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먹은 뒤 속이 편한 음식을 찾았다. 아무래도 속이 편한 음식들을 자꾸 찾게 되더라. 속이 편하면, 심적으로도 더 편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평소 라면 5개를 거뜬히 해치우고, 냉장고에 탄산음료를 가득 채워 놓고 먹던 박종훈에게 ‘극한 식단 관리’는 난이도 높은 과제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과 약속을 지켜나가는 중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이유는 단순히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다. 박종훈의 어깨는 올해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해 김광현(32), 앙헬 산체스(31), 헨리 소사(35), 박종훈, 문승원(31)으로 이어지는 SK 선발진은 리그 최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SK가 구단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나란히 17승을 올렸던 김광현과 산체스가 각각 미국과 일본에 진출했다. 9승을 책임졌던 소사도 팀을 떠났다. SK는 닉 킹엄(29)과 리카드로 핀토(26)를 새롭게 영입하며 새 판을 짰다. 4~5선발을 맡았던 박종훈과 문승원이 올 시즌은 외국 투수 2명과 함께 선발진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책임감이 박종훈을 더 독하게 만든다. 반드시 토종 에이스 노릇을 해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기다. 예년처럼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자격을, 내년 시즌이 끝난 뒤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박종훈에게 올 시즌과 내년 시즌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박종훈은 “(김)광현이 형이 내려 놓고 간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꼭 차지하고 싶다. 막무가내로 자신 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목표에 맞춰서 컨디션이 올라왔다. 아픈 곳도 없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시즌이 기다려진다”라고 밝게 웃었다.

비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