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주목을 받으면서 ‘제2의’ 봉준호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역시 많은 신예 감독들이 새 연출작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참신한 연출력과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 해외 영화제 주목·톱배우 출연까지..무서운 신인 감독

윤성현 감독(좌측부터), 이충현 감독, 정가영 감독./OSEN

3월 개봉 예정인 ‘사냥의 시간’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은 독립영화 ‘파수꾼’(2011)으로 일찌감치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파수꾼’은 국내외 해외영화제까지 휩쓸었으며 당시 이제훈, 박정민 등을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1982년생 윤성현 감독은 신작 ‘사냥의 시간’을 통해 이제훈, 박정민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사냥의 시간을 담는다. 암흑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다소 어두운 내용이 돋보일 예정이다.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1990년생인 이충현 감독은 박신혜와 전종서를 내세운 ‘콜’을 개봉한다. 2019년에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과 1999년 과거에 살고 있는 영숙(전종서)이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더 콜러’(2011)를 원작으로 한다.

‘콜’은 박신혜와 전종서를 비롯해 김성령, 이엘 등 여성 배우들을 내세운 작품이다. 스릴러라는 장르물에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 작품이 드문 만큼 차별화된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장르영화로서 굉장히 밀도 있고 하드하다. 게다가 여성배우들 네 명이 나온다”며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충현 감독은 단편영화 ‘몸값’(2015)로 일찌감치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상업영화 데뷔작 ‘콜’은 제작사 용필름에서 먼저 연출을 제안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감독의 신선한 연출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과 마찬가지로 1990년생인 정가영 감독은 신작 ‘하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부남 성범(이석형)을 좋아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 ‘비치온더비치’(2016) ‘밤치기’(2017)를 통해 여성의 성적 욕망을 발칙하게 그린 정가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로맨스3부작을 완성했다. 욕망에 잠식된 주인공 가영(정가영)이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환영을 보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정 감독은 2018년 12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관객상·작품상을 수상했다. 매 작품마다 사랑과 욕망에 대한 고찰과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 新감독들, 한국영화 새 비전 제시하나

영화 '사냥의 시간'(좌측부터) '콜' '하트' 포스터./리틀빅픽처스·NEW·필름다빈 제공.

신인 감독들의 등장은 영화계가 새로운 흐름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획일화된 구조로 관객들의 비판을 받은 만큼 영화계는 신인 감독들의 등용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산업의 소비층이 점점 커지며 영화계는 세대교체,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박한 재미와 기발한 발상을 좇는 미디어의 변화 흐름에 따라 영화계 역시 변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생이 미디어 산업의 주요 소비층이 됨에 따라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다양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영화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도전적인 영화를 산업이 껴안아야 한다”라며 “최근에 나온 독립영화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재능을 지닌 감독들이 많다. 이들을 기용하면 산업 간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신인 감독 기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영화 관계자 역시 “관객들의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참신한 신인감독들의 등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젊은 감독들이 한국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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