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에 항공업계, 칼바람... 고통분담에 속속 나서
/에어부산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하늘길 곳곳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여행 보이콧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맞으며 날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자구안을 통해 마른 수건 짜기에 돌입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여객 감소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는 발병 한 달 만에 32.2%의 항공여객이 감소했다. 사스는 발병 4개월 후인 2003년 3월 항공여객이 전년과 비교해 8.4% 감소했고, 메르스는 국내 발병 한 달 뒤인 2015년 6월 12.1%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 운항횟수는 약 77% 감소했으며 이달 1∼10일까지의 여객 감소는 전년과 비교해 중국 -64.2%, 동남아 -19.9%로 여객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연초부터 맞은 대형 악재에 저비용항공사는 초비상사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은 이날(24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원들은 지난주 20~30%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사직서를 제출하며 경영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전 직원들 역시 다음 달부터 무급 희망 휴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주 4일 근무·무급 15일·무급 30일’ 등의 휴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탑승객이 급감한 중국 및 동남아 노선 25개를 3월 한 달간 비운항 하기로 하였으며 항공기 리스사 및 국내외 공항 조업사와 비용 납부 유예 또는 감면을 협의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취항 기념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일본 노선 수요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상 업계 전반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4분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일본 노선은 물론 일본의 대체 노선으로 꼽힌 중국까지 움츠러들자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져버렸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도 경영위기 분담에 나선다. 지난 20일 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상 특별교섭을 한 결과 4개월 간 임금 25%를 삭감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70% 이상 찬성해 가결됐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운항·객실 승무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국내지점과 객실 보직 승무원 포함)을 상대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앞서 사내메일을 통해 “작년부터 항공업계가 공급과잉과 한일관계 이슈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슈로 항공 여행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항공산업은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며 “위기 대응을 위해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진에어 등도 희망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대한항공은 오는 3월 한 달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차 휴가를 실시한다.

한편,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정부는 LCC에 최대 3000억 원 수혈에 나섰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출 심사를 거쳐 LCC 대상 최대 3000억 원 지원 ▲운항 중단 및 감축으로 인한 미사용 운수권,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 회수 유예 조치 ▲1년간 과징금 납부 유예 ▲전년 동기대비 여객이 감소한 항공사를 대상으로 최대 3개월 간 공항시설사용료를 납부유예한다. 또 ‘상반기 중 항공 수요 회복이 안 될 경우’에는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를 10% 감면하고 인천공항 조명료 등 각종 사용료의 감면 기한도 연장할 예정이다. 더불어 위축된 중화권 노선을 대체할 신규시장 확보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항공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지원과 더불어 조속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출 심사를 받는 데만 길게는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상반기 중 항공 수요 회복이 안 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따라 붙어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항공사들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정부는 대한항공 1400억 원, 아시아나항공 1100억 원 등 긴급경영안정 자금 2500억 원을 융자해줬지만 이번 금융지원 대상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외돼 지원 조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만큼 이번 긴급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코로나19를 맞닥뜨렸지만 사실상 업계는 지난해부터 침체기에 빠져 생존권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향후 사태에 따라 사용료 추가 감면 등을 검토한다고 말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구조조정이 더 강화될 갓”이라고 우려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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