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父子 MVP? ‘전설’ 김승현 등 농구계가 본 KT 허훈의 활약은
[인터뷰] 첫 父子 MVP? ‘전설’ 김승현 등 농구계가 본 KT 허훈의 활약은
  • 박종민 기자
  • 승인 2020.02.24 16:04
  • 수정 2020-02-24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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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왼쪽)와 아들 허훈. /KBL 제공
현역 시절 허재(왼쪽)와 아들 허훈. /KBL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한동안 스타 기근에 시달렸던 프로농구가 부산 KT 소닉붐 가드 허훈(25)의 급성장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농구대통령’ 허재(55)의 차남이자 데뷔 3년 차를 맞은 허훈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승현 “허훈 MVP? 개인은 충분, 팀 성적이 관건”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승현(42)은 후배 허훈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현은 24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도 굉장히 잘하고 있는데,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최근에는 패스에까지 눈을 뜬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실제로 허훈은 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 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24득점 21어시스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팀의 91-89 승리를 이끌었다. 허훈이 달성한 ‘20(득점)-20(어시스트)’은 프로농구 최초 기록이다. 21어시스트 또한 정확히 15년 전인 2005년 2월 9일 당시 대구 오리온스 김승현이 서울 삼성전에서 기록한 단일 경기 최다 어시스트 23개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기도 하다. 김승현은 그 경기에서 14득점에 그쳐 ‘20-20’ 달성엔 실패했다.

’20-20’ 기록은 미국프로농구(NBA)로 외연을 넓혀도 ‘트리플더블 제조기’ 오스카 로버트슨(82), ‘어시스트의 귀재’ 존 스탁턴(58), ‘만능 선수’ 러셀 웨스트브룩(2019년 4월 3일 단일 경기 20점 20리바운드 21어시스트 기록) 정도나 가능할 법한 진귀한 기록이다.

허훈은 이미 지난해 11월 올 시즌 1라운드 원주 DB 프로미전에서 한국농구연맹(KBL) 최초로 9연속 3점슛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명실상부 KBL 기록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50초를 뛰면서 15.4득점(국내 선수 1위) 7.2어시스트(국내 선수 1위) 2.6리바운드를 올리고 있다. 허훈이 시즌 끝까지 이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KBL 최초로 국내 선수 득점왕 겸 어시스트왕의 2관왕이 된다.

김승현은 허훈의 시즌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받을 만하다. 스피드와 파워가 좋고 슈팅, 패스 능력까지 다 출중하다. 골고루 잘하는 선수다. 개인 기록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며 “다만 팀 성적은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T는 현재 21승 20패 승률 51.2%로 10개 구단 중 5위에 올라 있다. 1위 원주 DB(27승 15패)와는 5.5경기 차, 4위 전주 KCC 이지스(22승 19패)와는 1경기 차이다. 팀 성적이 다소 오른다면 그의 MVP 수상 전망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은 “이미 여러 면에서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기량이 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허훈의 미래를 낙관했다.

허훈. /KBL 제공
부산 KT의 허훈. /KBL 제공

◆KT 관계자 “허훈, 쾌활하면서도 리더십 있다”

허훈의 성장세에는 그의 성격도 한 몫을 했다. KT 구단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허훈은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개구진 면도 있어서 팀 내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다”라며 “아버지와 비교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좋아하고 영광이라 느낀다. 즐기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농구 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농구에 집중한다. 그럴 땐 선배들 못지않게 리더십도 발휘한다”고 허훈의 반전 매력을 전했다.

서동철(52) KT 감독도 지난 9일 KGC전 직후 "본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의 리더 구실을 충실히 해줬다. 특히 마지막 득점은 ‘역시 허훈’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더 큰 선수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리그에 대형 스타가 나오는 건 KBL로서도 바라는 바다. 최근 만난 이인식(62) KBL 사무총장은 “리그에 스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볼거리가 늘어난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스타다”라고 강조했다.

허재는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 소속이던 1997-1998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손가락이 부러지고 눈 옆이 찢어졌는데도 투혼을 발휘했다. 특히 눈 옆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모습은 농구 팬들에겐 잊지 못할 투혼의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기아는 7차전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MVP는 허재의 차지였다. 허훈은 그 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시 한번 ‘농구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허훈이 MVP를 탈 경우 프로농구 사상 첫 ‘부자(父子) MVP 수상’으로 기록된다.

허훈. /KBL 제공
허훈.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