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국내 산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국적으로 급속 확산됨에 따라 사업장을 잇따라 일시 폐쇄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4일 750명을 넘어서면서 대기업 직원과 가족 등이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대규모 자가격리 사태 등에 대비하는 대응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천 사업장 직원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됨에 따라 해당 직원이 근무하던 연구동을 24일 하루 폐쇄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은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방역작업은 주말에 완료했고 이번 폐쇄는 예방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연구동 직원들은 이날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연구동 이외의 생산동과 복합동은 정상 운영한다. 해당 직원 검사 결과에 따라 추후 자가격리 인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에서는 구미사업장 직원이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사업장이 일시 폐쇄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확진자와 접촉한 동료들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사업장 전 직원을 조기 귀가시켜 사업장을 비운 뒤 정밀 방역을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구미 사업장은 이날 오후부터 재가동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30여 명이 자가격리 조치돼 일부 인력 복귀가 늦어지겠지만, 이번주 안에 주말 동안 지연된 물량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설명이다.

SK하이닉스에서는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신입사원과 폐렴 증상을 보인 직원이 나와 20일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여 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두 사원 모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현재 자가격리 대상은 550여 명으로 줄었다. GS홈표핑도 지난 6일 자사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생방송을 중단하고 직장 폐쇄 조치에 들어간 바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서 임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과 관련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자가격리 사태 올까...대응책 마련 고심

LG전자는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에 맞춰 회사 자체 위기경보도 심각 단계로 올리고 비상 조치를 강화했다. 전날을 기점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업장 간 출장을 금지했고, 모든 사업장에 외부 방문객 출입을 금지했다. 또한 대구에 거주하는 구미사업장 사무직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특히 모든 사업장에서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사내 전산망(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대구·청도에 거주하는 직원과 방문 인원이 사업장에 출입하지 않도록 하고, 해당 직원들에겐 공가(유급휴가)를 부여했다.

대구지역 확진자와 같은 장소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임직원들도 파악해서 필요하면 공가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밖에 내·외부 행사를 중단하고 출장을 자제하고 체온 확인, 마스크 착용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 활동을 강화해서 실시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들에게 자체 개발한 코로나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코로나 자가진단 앱은 ▲발열 기침 인후통 여부 ▲확진자, 의심자 접촉 여부 ▲확진자와 동선 중복 여부 등을 매일 필수로 체크 입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자동차 업계는 오늘은 공장이 대부분 가동되고 있지만, 방역과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을 강화하고 국내 협력업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차 출시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본사에 외부인 방문을 원칙적으로 막고 직원들도 일일이 체온을 잰 뒤 출입시키고 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공장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열감지 카메라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옥에서 체온측정은 기본... 재택근무 권장

현대중공업도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했고, 울산 본사에서는 출근길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내 직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유좌석제를 일부 변경했다. 4일 이상 같은 층에 예약이 되지 않는 설정을 해제해서 가급적 같은 층에 앉도록 권고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단 이날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공유좌석제를 중단했으며, 구내식당에서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섰다.

포스코는 대구지역 거주자와 방문자의 경우 확진자와 동선이 일치하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이외 인원은 관리대상으로 분류해 관찰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직원들이 본인의 동선과 상황을 회사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유해달라고 안내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사 18만곳에 출퇴근 시차제, 재택근무, 원격회의 등을 권고했다. 대한상의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경제계도 대중교통 혼잡도와 밀접 접촉을 줄여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권고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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