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확산하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에 회의적인 반응을 사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위기에 처했다. 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대체지로 영국 런던이 부상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올림픽 취소는 불가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급증하는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24일 오후 9시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51명이다. 22일 769명, 23일 838명으로 증가폭은 서서히 줄고 있지만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런 여파로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관련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애초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2일 시작 예정이던 자원봉사자 8만여 명 교육을 5월로 연기했다. 자원봉사자는 대회 기간 경기장과 선수촌에 배치되는 만큼 담당 업무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인원들이다. 또한, 28일 이후 19차례 열리는 올림픽 및 패럴림픽 종목별 테스트 이벤트 대회는 관중과 외국인 선수 없이 일본인 선수만으로 진행된다. 

숀 베일리 영국 보수당 런던시장 후보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쿄올림픽의 대체 개최지로 런던을 주장했다. /숀 베일리 SNS

◆ 런던시장 후보들 "2020 런던올림픽, 모든 준비 돼 있다"
 
개최지 변경 주장도 거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5월 7일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영국 런던이다.
 
영국 보수당 후보 숀 베일리는 19일 "런던은 2020 올림픽 개최지가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세계는 새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인프라와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시장이 되면 런던이 다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을 노리는 사디크 칸 런던시장(노동당)도 맞불을 놨다. 그는 "만약 대체 개최의 요구가 생긴다면 런던이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올림픽 대체 개최 의사를 피력했다. 칸 시장은 지지율에서 베일리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여기에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경기 활성화의 계기로 올림픽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런던은 2012년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제30회 올림픽을 치른 바 있다.
 
◆ "올림픽 빼앗지 마라" 발끈하는 일본
 
런던이 적극적으로 대체 개최지로 의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NHK,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제히 "런던 시장 선거 후보자들이 코로나19 대책으로 올림픽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영국 국적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내 집단감염의 책임이 영국에 있다고 강조하며 '영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해외 발언에 정부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은 7월 24일 개막해 8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와 IOC는 공식적으로 "도쿄올림픽 취소는 없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 취소 시 천문학적 손실 발생
 
124년 올림픽 역사상 감염병으로 올림픽이 취소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만약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개최지가 변경된다면 일본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20일 "이론적으로 중국 선수를 배제할 수 없어서 또는 단순히 코로나19가 확산돼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림픽 취소로 전 세계 선수들이 겪게 될 충격도 크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지탱하는 기업후원, 방송중계권 수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올림픽 스폰서십으로 30억 달러(약 3조6370억 원)를 지출했다. 미국 NBC 방송이 지불한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는 14억5000만 달러(약 1조7580억 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쓴 돈도 126억 달러(약 15조2720억 원)를 넘어간다. 대회가 연기 또는 취소될 경우 또 다른 의미의 재앙이 생길 수 있다. 대회가 취소되면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예산인 15조 원의 최대 3%인 4580억 원 정도의 보상을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막대한 손실액을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림픽은 다음 달 12일 그리스에서 성화가 채화되면 사실상 첫 발을 뗀다. 하지만 일본 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AP통신은 "다음 달 26일로 예정된 일본 내 성화 봉송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심각한 조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도쿄올림픽조직위와 IOC는 "올림픽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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