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최미선, 기보배, 장혜진,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신궁의 나라'다웠다. 한국 양궁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이뤘다. 선수들의 끊임 없는 노력과 아낌 없는 지원, 스포츠 과학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낸 결과다.

김우진(청주시청)-구본찬(현대제철)-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어 장혜진(LH)-기보배(광주시청)-최미선(광주여대)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전도 휩쓸었다. 장혜진에 이어 구본찬까지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 후 28년 만에 전 종목 석권의 꿈을 이뤘다.

 

◇'바늘구멍' 통과한 땀과 노력

한국은 '양궁 강국'으로 통한다. 그만큼 태극마크를 달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는 남녀 각각 130여 명이 참가를 했고, 이후 약 8개월간 1~3차 선발전을 통해 남녀 각 8명을 뽑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1~2차 평가전을 치러 최종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대표팀에 뽑히고 나서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미선은 운동장을 20바퀴씩 돌다 발톱이 빠진 것도 모르고 훈련을 했다. 김우진은 "평소 400발에서 500발 정도 쏜다. 많게는 600발까지 쏜다"고 밝혀 외신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형철 양궁총감독은 "우리보다 더 준비를 잘한 팀이 있으면 메달을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금메달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자신감이다.

 

◇현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양궁사랑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은 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몽구 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 협회장 자리를 이어 받아 올해 재선임됐다. '비인기 종목'으로 취급되던 양궁에 30년 넘게 아낌 없는 투자를 하며 양궁 인구 저변확대와 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등에 45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은 양궁협회장을 맡은 후 선수의 이름이 아니라 오직 실력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양궁의 경쟁력을 더 크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을 위해 휴게실과 물리치료실, 샤워실 등이 갖춰진 트레일러 휴게실을 준비해 컨디션 조절을 도왔고 '방탄차'까지 제공해 선수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양궁, 첨단기술을 만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양궁 대표팀은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협력해 뇌파 훈련과 심리상담 등 멘탈 훈련부터 그립까지 맞춤 제작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는 활 비파괴검사, 맞춤형 그립, 슈팅 머신, 뇌파측정 훈련 등 4개 분야에서 기술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 비파괴 검사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활 내부의 균열 여부를 체크해 장비 파손에 대비했다. 또 선수들의 손에 맞게 손질한 그립을 3D 프린터로 재현해 선수별로 한 명당 5개씩을 제공했다. 올림픽처럼 장기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에 손상이 생길 경우 다시 손에 맞게 다듬어야 할 수고를 덜어내기 위해서다. 장비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며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더 편하게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의 뇌파 분석 기술 '뉴로피드백'을 훈련에 적용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을 더 끌어올렸다.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양궁 강국'도 하루 아침에 이루질 수 없다.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 뒤에는 이러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철저한 준비까지 '금메달' 감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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