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2019-202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 빅스톰과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수원체육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학창 시절 10명 남짓한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처럼 관중 없이 경기한 건 처음이다."

삼성화재 주포 박철우(35)가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한국전력과 원정 경기를 세트스코어 3-2(25-23 24-26 22-25 25-10 15-11) 승리로 마친 뒤 ‘무관중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날부터 무관중 경기를 펼치기로 했다. 삼성화재-한국전력전은 한국프로배구 사상 첫 ‘무관중 경기'로 기록됐다.

박철우는 이 경기에서 63.82%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6점을 퍼부었다. 36점은 올 시즌 그의 개인 최고 득점이기도 했다. 그는 이례적인 ‘무관중 경기’였던 만큼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자회견에 등장한 박철우는 "관중석이 텅 비어 있으니 체육관이 조용했다. 터치 아웃일 때 상대 블로커에 공이 맞는 소리까지 잘 들리더라"라고 생소했던 경기 상황을 전했다. 이어 "무관중 경기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20대처럼 득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선수들의 스파이크나 블로킹 소리가 보다 생생하게 들렸다고 한다. 아울러 텅 빈 관중석에서는 '선수 응원가'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박철우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신치용(65) 진천선수촌장의 딸이자 농구 선수 출신인 신혜인(35) 씨와 결혼해 슬하에 자녀가 둘인 아버지 박철우는 "아이들이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아이도, 아내도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라며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계신다.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배구계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국민이 잘 극복하고, 배구계도 예전처럼 활기차게 되길 바란다"고 힘주었다.

양팀 감독들도 무관중 경기에 대한 어려움을 고백했다. 승장인 신진식(45) 삼성화재 감독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괜찮았는데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것 같다. 관중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올라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장병철(44) 한국전력 감독은 "평소 경기 때보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심판 판정도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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