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은 '선발 투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KK’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광현은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시범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지난 23일 뉴욕 메츠전에 세 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산뜻한 신고식을 치른 김광현은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실력으로 ‘선발 투수 능력’ 증명

첫 경기에서 별명처럼 삼진 2개(KK)를 기록한 김광현은 이날은 삼진 3개(KKK)를 솎아냈다. 이날 김광현은 빠른 공,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던지며 마이애미 타선을 압도했다. 전광판 기준으로 빠른 공 구속은 최고 94마일(약 151km)까지 찍혔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이날도 위력을 발휘했다. 제3구종인 커브로도 헛스윙을 유도했다.

마이애미 타선엔 코리 디커슨(31), 헤수스 아귈라(30), 맷 조이스(36) 등 주전급 타자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김광현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38)의 안정적인 리드 속에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그는 1회초 선두타자 조나단 빌라르(29)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타자 브라이언 앤더슨(27)은 풀카운트에서 85마일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디커슨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에서 1루수 방면으로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2회도 완벽했다. 선두타자 아귈라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이어 조이스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한 김광현은 이산 디아즈(24)도 헛스윙 삼진을 돌려세우며 2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김광현은 홈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2회까지 29개를 던진 김광현은 3회부터 마운드를 다른 투수에게 넘기며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을 마무리했다. 김광현이 클럽하우스로 가기 위해 더그아웃을 걸어 나오자 다시 한 번 박수가 쏟아졌다. 일부 팬들은 김광현의 별명인 ‘KK’를 연호하기도 했다.

경기 전 몰리나와 대화하고 있는 김광현. /OSEN

◆ML 현역 최고 포수 몰리나와 첫 호흡… “좋은 경험 했다”

KBO리그 신인 시절 최고 포수인 박경완(48ㆍ현 SK 수석코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오른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20년에는 ML 최고 포수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다. 이날 김광현은 몰리나와 첫 호흡을 맞췄다.

클럽하우스 앞에서 만난 김광현은 “몰리나 포수와 처음으로 합을 맞추며 중요한 경험을 한 것 같다”면서 “몰리나가 본인이 판단할 때 폼이 무너진 것 같으면 말해도 되냐고 물어봐서 얘기해달라고 했다. 정말 노련하다고 느꼈다. 왜 빅리그 최고의 포수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1회에 약한 편인데 몰리나가 저를 억눌러주며 리드해줬다. 덕분에 잘 풀렸다. 역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포수라고 생각했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앞에서 투구하는 김광현. /OSEN

◆"감독님 보고 있으시죠?"... 옛 스승 앞에서 ‘펄펄’

김광현은 2018년 SK 와이번스 시절 감독과 에이스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일궈냈던 트레이 힐만(57) 마이애미 3루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 듯이 호투를 펼쳤다. 힐만 감독은 2018시즌 SK를 우승으로 이끈 뒤 미국으로 돌아가 지난해부터 마이애미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3루코치를 맡을 예정이다. 힐만 코치는 경기 후 김광현에 관련한 질문에 짧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굿(GOOD)”이라고 외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광현은 1회 마운드에 오른 뒤 힐만 코치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눴다. 그는 “반가워서 했다. 어제는 에릭 테임즈(34ㆍ워싱턴 내셔널스)와 만나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고, 외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힐만 감독님이 있는 마이애미와는 캠프 훈련장을 같이 쓰지만 상대팀이어서 만날 수 없다. 시간이 되면 밖에서 힐만 감독님과 밥 한 번 먹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선발진 진입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김광현은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다들 칭찬을 해주시는데 너무 자만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억제하고 누르고 있다. 아직 시범경기가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가 중요하다. 한 달 동안 관리 잘하고 부상없이 시범경기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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