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로농구 간판 스타 허훈 창간인터뷰 1편
프로농구 간판 스타인 부산 KT 소닉붐의 허훈.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정상급 선수들을 인터뷰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롤 모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특정 선수를 꼽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여러 선수들의 장점을 두루 닮고 싶은 욕심과 ‘제2의 누군가’로 불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재해 있다.

‘농구대통령’ 허재(55)의 차남인 허훈(25ㆍ부산 KT 소닉붐)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봤다. 허훈은 최근 가진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5주년 인터뷰에서 “롤 모델은 딱히 없다. 한 선수를 롤 모델로 정하고 따라 하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여러 유형의 농구 선수들과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들의 장점을 많이 습득하려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처럼 농구 선수로서 대성할 만한 기질이 보였다. 그는 쉴 때도 ‘농구 생각’을 한다. 허훈은 “(농구할) 몸을 생각하면서 쉬는 것 같다. 쉴 땐 푹 자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TV를 본다”며 “운동 선수에게 휴식은 중요하다.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한잔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되도록이면 푹 쉬곤 한다”고 밝혔다.

◆팀이 잘 되면 MVP는 따라오는 것

허훈은 올 시즌 35경기(1일 기준)에 나서 평균 31분21초를 뛰면서 14.9득점 7.2어시스트 2.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선수 중 어시스트 1위, 득점 2위에 올랐다. 팀이 10개 구단 중 6위(21승 22패)에 머물러 있지만, 압도적인 개인 활약 덕분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전망까지 나온다. 그는 “상을 받으면 좋지만 아직 남은 경기들이 있다. (중단된 리그가 재개된 후) 팀에 더 맞추고 팀 승수를 높일 수 있다면 상은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수상에만 욕심을 두지는 않은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동철(52) KT 감독은 코트 위의 신사로 꼽힌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언변이 차분한 베테랑 아나운서를 떠올리게 한다. 허훈은 “선수들과 부드럽게 소통하시는 편이다. 선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점은 감독님이 가진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선수들과 많이 대화하는 등 소통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건 좋다는 생각이다”라고 고백했다.

가드 허훈의 팀 내 입지는 단연 최고다. 물론 그런 만큼 득점과 어시스트에 대한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지나치게 득점만 추구할 경우 독단적으로 보일 수 있고, 그렇다고 어시스트에만 치중할 경우 팀에는 ‘해결사’가 부족하게 된다. 그는 “선수들을 살려줄 수 있으며 또 제가 해결해야 할 땐 해결하고 그런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승현(42)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허훈을 두고 “스피드와 파워, 슈팅, 패스 능력까지 다 출중하다. 골고루 잘하는 선수다”라며 “특히 요즘엔 패스에까지 눈을 뜬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말을 전하자 허훈은 “저는 수비가 빈 곳에 동료 선수들이 있으면 빨리 공을 건네 줘야 하는 구실을 맡았다. 기회가 있는 곳이 있으면 얼른 공을 줘야 한다. 동료 선수들이 살아야 저도 살아난다.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팀이 잘되는 방향에 포커스를 두고 싶다. 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팀이 높은 순위로 가는 게 제일 큰 목표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허훈이 코트 위에 서 있다. /KBL 제공

◆‘즐기는 농구’가 목표

허훈은 지난달 14일 인스타그램에 “진천 가는 버스… 클라스”라는 글과 짧은 영상 여러 개를 올렸다. 농구 국가대표팀 멤버로서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대비 훈련을 위해 진천선수촌으로 향하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진천으로 향하는 대표팀 버스의 좌석이 장신의 농구 선수들이 앉기엔 작아서 불편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지원 수준이 부족함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그는 “지원 부분은 열악한 게 사실이다. 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선수들은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대표팀에선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한다. 저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강하다. 항상 대표팀에 뽑혀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희망했다.

허훈은 웃는 인상처럼 ‘즐기는 농구’를 목표로 한다. “운동을 하거나 일상 생활을 할 때나 뭐든지 우울해 하지 말고 즐기면서 편안하게 하고 싶다. (목표한 게)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즐기면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힘주었다. ‘경기에서 패한 날 감정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누구나 잘 되는 날이 있고 그렇지 못한 날이 있다. 하루 잘 못한다고 해서 시무룩하게 있을 일은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 잘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인드를 늘 가지려고 한다. 최대한 밝게 마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라는 성숙한 답변이 돌아왔다.

허훈은 인터뷰 말미에 농구 선수로서의 궁극적인 꿈을 얘기했다. 그는 “부상 없이 최대한 오래 농구하고 싶다”며 “(사람들로 하여금) ’농구’라고 하면 제 이름 두 글자가 떠오르도록 하는 게 저의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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