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본지 창간 5주년 인터뷰 나선 전북 이동국
22년 현역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
국가대표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
“축구화 벗을 때까지 항상 목표로 하는 자리”
“독일전 올리버 칸 상대 득점 기억에 남아”
국가대표 20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동국.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백수(百獸)의 왕’ 사자는 아프리카 초원 ‘약육강식(弱肉强食)’ 세계 최상위 포식자다. 무리 생활을 하는 특성상 우두머리가 있고 그 주변은 왕좌를 노리는 후계자로 가득하다. 무리를 이끄는 라이언킹(Lion Kingㆍ사자왕)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지만 언제나 왕위 찬탈 위협에 시달린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초원에서 노쇠한 라이언킹은 젊고 기세등등한 신흥 세력에 왕관을 빼앗기고 쓸쓸히 물러난다.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 지키는 일도 어렵다. 애석하게도 내려오는 건 쉽다.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유독 한국 프로축구 세계 ‘이 남자’에겐 통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K리그 라이언킹’ 이동국(41ㆍ전북 현대)이다.

전북 현대 이동국. /OSEN

◆ “22년 현역 비결? 기본에 충실하는 것”

이동국은 20년 넘게 K리그 정상에 서 있는 전설적인 공격수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뒤 22년이 지난 2020년 현재도 그라운드를 누빈다. 10시즌 연속(2009~2018)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쏟아내며 리그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전북에서도 이름값을 뛰어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이동국은 독보적이다. K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이동국만큼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없다.

22년간 현역 생활을 하며 최고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 무엇일까. 최근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5주년 인터뷰에서 이동국이 꺼낸 답은 예상 외로 단순했다. “기본에 충실한다. 먹고 자고 하는 부분을 예민해 하지 않고, 다 잘 먹는다”며 “훈련을 앞두고 자면서 휴식과 체력을 보충하는 루틴을 계속해 왔다. 그 덕분에 회복이 남들과 비교해 뛰어나다”고 밝혔다.

K리그 전설 이동국.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동국에게 ‘5년 전’과 ‘5년 후’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21세기에 10년은 너무 길다. 절반인 5년도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5년은 예전처럼 오랫동안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개념에서 벗어났다. 당장 내일이 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피터팬’처럼 한결같은 이동국에게 이 5년이란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5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이동국은 “루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5년 전에도 전북이라는 팀에서 같은 임무를 맡고 있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5년 후 미래는 어떨까. “저는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에 더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며 “5년 후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축구와 관련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아직 은퇴는 먼 훗날 이야기다. “은퇴를 생각하면 오늘의 제가 운동장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생 최종 목표도 마찬가지다. “100세 시대에 그것을 논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웃음)”

이동국은 전북의 기둥이자 중심이다. /OSEN

◆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라이언킹”

20년 넘게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답게 그가 보유한 별명도 많다. 데뷔 초부터 불린 ‘라이언킹’을 비롯해 발리슛을 잘해 생긴 ‘발리왕’ ‘발리 장인’과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막내아들 시안(대박) 군의 인기로 얻은 ‘대박 아빠’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 무엇일까. 그는 “지금은 축구선수로서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라이언킹’을 꼽겠다”며 “제가 축구를 시작하고 프로에 데뷔하면서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별명이 늘어나듯 20년간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현대 축구와 선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데뷔 당시엔 선수 각자 주특기 같은 특성이 있었다. 요즘은 (세상이) ‘멀티플레이어’로서 요구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 부분이 차이가 있다. 어떤 축구가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성 있는 선수가 많이 생기면 팬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2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 벼랑끝 승부에서 선제골 터뜨리고 환호하는 이동국. /OSEN

◆ “2004년 독일전 골 아직도 잊지 못해”

통산 537경기 224골 77도움. 그가 K리그에 남긴 기록이다. 필드플레이어 역대 최다 출장과 최다 득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올 시즌 3도움만 추가하면 37년 K리그 역사상 최초로 80-80클럽(80골-80도움)에 가입한다. 프로팀에서만큼 국가대표로도 빛났다. A매치 105경기에서 33골을 터뜨렸다. 2017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0-0 무)을 끝으로 A매치에서 뛰기가 어려워졌지만 국가대표는 그에게 특별하다.

2004년 12월 19일 독일전 발리슛 득점 뒤 환호하는 이동국. /연합뉴스
이동국은 독일전 이 발리슛을 A매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골로 꼽았다. /연합뉴스

이동국은 “축구선수에게 국가대표는 축구화를 벗을 때까지 항상 목표로 삼아야 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설명한다. 지금도 국가대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덕담도 잊지 않았다. “가장 높은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국가대표 타이틀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도 안주하지 않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또는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A매치 골을 묻자 예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2004년 독일과 평가전(12월 19일, 3-1 승)이다. 당시 최고의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51)을 상대로 발리슛 골을 성공했다”며 “차는 순간 공이 제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궤적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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