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 ‘첫 해외무대’
ML 루키 'KK' 초심으로 도전
''5번째 우승반지는 빅리그에서''
시범경기에 출전한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2007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19살 신인 김광현(33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그해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SK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SK 왕조의 주역을 맡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자타공인 국내 최고 투수로 평가 받았다. 2016년 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2018년 성공적으로 복귀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광현은 옛 영광을 뒤로하고 꿈의 무대에서 도전에 나섰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맞이할 2020시즌 13년 전 그때처럼 신인으로 다시 출발 선상에 섰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지난달 27일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쉐보레 스타디움에서 ML의 늦깎이 루키 김광현과 인터뷰를 가졌다.

◆ 다시 떠올린 초심…새내기 김광현의 ML 적응기

김광현은 이번 겨울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한화 약 95억 원)에 계약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KBO리그에선 잔뼈가 굵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루키다. 훈련 스타일부터 문화, 생활, 음식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게 새로운 과제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도움 속에 차츰 메이저리거 거듭나고 있다. ''잘 적응하고 있다. 확실히 ML은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모이다보니 외국 선수에 대한 벽이 없는 것 같다''며 ''동료들이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준다.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적응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가장 많은 대화 하는 동료는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적 지주' 아담 웨인라이트(39)다. 웨인라이트는 세인트루이스의 프렌차이즈 스타다. 지난 2005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 데뷔해 지난해까지 14시즌 통산 383경기에서 162승 평균자책점 3.39, 탈삼진 1776개를 기록 중인 간판 투수다. 과거 오승환(38ㆍ삼성 라이온즈)과 가까이 지냈던 그는 김광현에게도 먼저 다가가 팀 적응을 돕고 있다. 김광현은 ''투수조는 5~6명씩 조를 이뤄 종일 같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다. 투수코치님의 배려 덕에 최선참인 웨인라이트와 같은 조를 많이 한다. 웨인라이트는 정말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 /OSEN

언어는 김광현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다. 통역 최연세 씨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돕고 있지만, 영어로 동료들과 일상 대화를 할 정도 수준의 실력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야구 용어는 어차피 다 영어 아닌가. 어릴 때부터 스트라이크, 세이프 같은 영어를 써왔다''고 너스레를 떤 김광현은 ''동료들과 벽을 완전히 허물려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를 공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현의 2020년 키워드는 '초심'이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는 13년 전인 2007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의 문을 두드리던 때의 초심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료들을 보며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큰 무대에 가고 싶어하는 열망이 크다고 느꼈다. 스프링캥프 초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해 200%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면서 ''다시 신인으로 돌아왔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5번째 우승반지는 ML에서”

김광현의 ML 첫 시즌 최대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9) 등과 선발 한자리를 다툰다. 현재까지 전망은 밝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3일 뉴욕 메츠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선발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7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서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코칭스태프와 현지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들뜨지 않으려 한다''며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광현은 우승 복을 타고난 선수다. 데뷔 첫해 우승을 시작으로 SK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우승반지 4개를 꼈다. 다섯 번째 우승반지는 월드시리즈에서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월드시리즈 우승을 손에 넣은 선수는 'BK' 김병현(은퇴)이 유일하다. 김광현은 ''신인 때부터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SK라는 좋은 팀에서 야구를 했다. 세인트루이스도 ML에서 손꼽히는 명문팀이고, 당장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광현. /OSEN

이어 그는 ''SK에서 박경완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는데 미국에 와서도 최고 포수인 야디에르 몰리나를 만났다. 예전 한국시리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면서 ''한국 선수 중 월드시리즈 반지를 갖고 있는 선수가 별로 없지 않나. 어려운 길이지만, 해내고 싶다. 제가 팀에 얼마만큼 보탬이 됐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를 생각이다. 김광현은 ''시범경기 때도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다. 미국이 너무 멀어서 팬들이 직접 보러 오시긴 힘들 것 같다. 중계로 봐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국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올 시즌 꼭 좋은 성적을 거둬서 조금이나마 행복을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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