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10개 구단은 3일 열린 긴급 실행회의에서 확산하는 코로나19에도 정규리그 144경기 강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았다.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상 첫 개막 연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스포츠 산업 전반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현행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BO는 3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막 일정 조율에 필요성을 공감했다. 하지만 리그 축소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144경기를 모두 치르자는 주장이다. KBO와 10개 구단이 이런 주장하는 데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시즌 단축은 단순히 몇 경기를 덜 치르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이 축소될 경우 KBO와 10개 구단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재정이 어려운 구단은 폐업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우선 각 구단의 각종 계약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광고는 연간계약 형태로 맺는데, 경기 수가 줄어들면 위약금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구단과 계약한 업체들도 연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무관중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입장수익을 비롯해 입점 업체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준이 아니다.

프로야구가 중계권료 3000억 원 시대를 맞았다. /연합뉴스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위해 야심차게 시행한 중계권 계약문제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다. KBO는 2월 지상파 3사와 4년간 2160억 원(연 평균 540억 원)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권 계약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번 계약으로 다시 한번 프로야구 전체 파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지상파 TV에서 직접 방송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케이블 및 IPTV 유료채널 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케이블 방송사는 지상파 3사로부터 중계권을 사야하는 셈이다.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규모까지 더하면 프로야구는 중계권료 3000억 원 시대를 맞았다. KBO는 지난해 2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총 1100억 원(연 평균 220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다르지만 4년으로 환산하면 두 가지 중계권(지상파, 뉴미디어)의 총액은 3040억 원에 이른다.

앞서 초대형 중계권 계약 성사에 KBO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프로야구의 미래를 밝게 본 것"이라며 "KBO도 중계방송 시설 투자로 방송사의 부담을 줄이고 팬들에게 더 좋은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빼고 보더라도 프로야구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몇 년째 강조하고 있는 클린베이스볼 실현과 경기력 향상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만 해도 프로야구는 비시즌기간 일부 선수의 음주운전과 폭행 등으로 얼룩졌다. 경기력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개선되기는 했지만 팬서비스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도 아직 낮은 편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리그마저 144경기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직격탄을 맞는다면 프로야구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지위도 흔들릴 걱정에 놓인다.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KBO와 10개 구단은 프로야구의 근간이 무엇인지 곱씹어야 한다. 프로야구의 뿌리는 단연 팬들이다. 야구팬의 건강을 볼모로 잡고 경제적 이해관계만 따져 주판알을 튕긴다면 프로야구는 모래 위에 지은 성일 수밖에 없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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