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자배구 간판 스타 양효진 단독 인터뷰
V리그 현대건설의 양효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효진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그냥 하루하루가 다 감사한 것 같아요.(웃음)”

‘달관(達觀)’의 경지라고나 할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7년 연속 ‘연봉퀸(3억5000만 원)’에 오른 양효진(31)은 멘탈이 굉장히 성숙한 선수였다.

◆남 탓보단 ‘자기반성’하며 기량 향상

양효진은 최근 가진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5주년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만 해도 열심히 살지 않은 삶은 잘못된 삶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무작정 열심히 사려고만 하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사려고만 하는 건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버겁고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라며 “큰 고민 없이 여유를 갖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릴 땐 매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지금은 평범하고 무탈한 게 최고인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양효진은 “맞아요”라면서 크게 공감했다.

양효진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남 탓을 하기보단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고 보완하려 하는 편이다. 그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재능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본인을 되돌아 볼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며 “저는 경기가 안 풀리면 뭐가 문제였는지 찾아봤다. 또 남들에게 뭐가 잘 안됐는지 물어봤다. 제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면 결국 저한테서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남은 바꿀 수 없으니 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양효진은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쯤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당시 키가 컸다”는 그에게 ‘농구 선수는 해보려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농구는 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슛은 연습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싸움은 정말 못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달리기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힘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볼을 갖고 하는 건 잘해서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배구를 취미로 시작했지만 결국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떠올렸다.

양효진이 활짝 웃고 있다. /양효진 인스타그램

◆철저한 연구와 연습으로 ‘블로킹 통산 1위’

데뷔 13년 차를 맞은 그를 두고 전문가들은 프로배구 역대 최고의 센터로 평가하고 있다. 통산 득점 1위(5562점), 통산 블로킹 1위(1202개) 등 기록들이 그의 위상을 입증한다. 센터로서 이례적으로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최대한 공격 가담을 많이 하려 했다. 또 어떻게 하면 득점이 날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게 도움이 됐다. 어릴 때부터 팀에서 하던 구실대로 잘하려 하다 보니 득점력이 유지가 됐다”고 겸손해 했다.

블로킹 요령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팔은 키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점프력도 어릴 때보단 줄어든 것 같다. 다만 블로킹을 시도할 때 볼 높이와 볼 길이에 대해 타이밍을 맞추고, 상대 공격수들의 성향과 공격 루트에 따라 다르게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상대팀 플레이 영상을 돌려봤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경기 했는지도 살펴 보며 잘못된 점은 고치려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도희(52)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선수들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신다. 소통을 많이 하신다”고 말한 양효진은 현대건설의 강점으론 “중앙이 탄탄하다. 세터 포지션에선 블로킹이 좋은 (이)다영(24)이도 있다.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V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시 중단된 가운데 양효진은 “남은 시즌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팀이 우승하면 더욱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랠리가 계속되는데다가 올 시즌엔 많은 풀세트 경기들이 나왔다. 접전 승부가 많은 등 승점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게 여자배구의 묘미인 것 같다”며 배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양효진. /KOVO 제공

◆올림픽 후 ‘영어회화 학습’ 목표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출전 각오도 전했다. 그는 “제가 선수 1년 차 때만해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13년 차가 된 현재 대표팀은 이전보다 관심을 많이 받고 있고 실력적으로도 크게 올라왔다”며 “개인적으론 올해가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것 같은데 후회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선수 생활에 대한 계획을 두고는 “앞으로 3~4년 정도 더할 것 같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라며 “그래도 은퇴할 때까지 ‘잘한다’는 말을 듣고 은퇴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양효진은 비 시즌이 되면 영어회화를 배우려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표팀에서 은퇴하면 주 1회라도 오후에 시간을 내 영어회화 학원을 다닐 계획이다”라며 “영어 능력이 필수인 시대다. 뒤떨어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배워 놓으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김연경이 양효진을 응원하며 준 기념 선물. /양효진 인스타그램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