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대책...소기업 면세점 2곳만 해당
공항 임대료 수입 91% 차지 대기업 면세점, 혜택은 全無
인천공항공사 / 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면세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 항공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수직 하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대책으로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정작 매출 타격이 가장 큰 대기업 면세점을 위한 지원은 빠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4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지원혜택에서 롯데·신라·신세계와 같은 대기업 면세점과 SM면세점 등 중견기업 면세점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공공기관에 입점한 시설에 임대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 103곳 내 입점한 시설에 대해 6개월간 임대료를 25~30%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인천공항도 공공기관에 해당에 임대료 인하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지원을 받는 업체가 소기업 면세점인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인천공항공사는 대기업 면세점이 지불하는 임대료 수익으로 막대한 운영 자금을 거둬왔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총 1조761억원으로 이 중 대기업 면세점 임대료는 9846억원, 약 91%에 달한다. 대기업 임대료 비중은 2018년 72.3%에서 지난해 91.5%로 19.2%나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인천공항 / 연합뉴스

올해 대기업 면세점의 분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작년과 180도 다르다. 해외 출국객 자체가 급감하고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50%를 담당하는 중국 따이공 활동이 줄면서 지난달 대형 면세점은 최소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여행객 수는 7만1666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 20만8241명과 비교해 3분의1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전망은 어둡다. 지난 3일 오후 3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89곳이다. 사실상 항공길이 막히면서 면세점도 벼랑 끝에 몰렸다.

면세점 업계는 높은 임대료에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지난달 20일 한국면세점협회 측은 “일부 사업자의 경우 반 토막난 매출에서 약 80%를 임대료로 지불하다 보니 사실상 영업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호소에도 임대료 지원 대상이 오직 소기업 두 곳에만 한정되면서, 정부가 대기업을 역차별 하면서 생색내기용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소면세점이 차지하는 인천공항 임대료 비중은 약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사실상 소기업 면세점은 임대료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코로나 19로 비상시국인 만큼 영업요율을 반영해서 한시적으로나마 상황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와 같은 중견기업 면세점도 울상이다. 소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뿐더러, 그렇다고 대기업 면세점처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중간에 위치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 사진 = 변세영 기자

중견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모두 다 같이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면세점에도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정책은 이미 업계 내 악명이 높다. 지난달 27일 마감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사업권 5곳(DF2, DF3, DF4, DF6, DF7) 중 DF2과 DF6 사업권 2곳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되기도 했다. 인천공항은 DF2와 DF6 구역에 대해 재공고를 내 다시 한번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본래 DF2는 향수·화장품을 판매하는 구역으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지역이다. 문제는 임대료였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DF2 구역의 최소보장금으로 연간 1161억을 제시해 대기업 면세점들이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최소보장금은 면세점 사업자가 매달 납부해야하는 최소 임대료 금액이다.

면세점 사업자는 매출액에 영업요율을 반영해 해당 금액이 최소보장금 이상이면 인천공항에 차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매출이 일정금액 아래로 곤두박질쳐도 반드시 최소보장금은 내야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이 갖는 큰 상징성에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 같은 출혈을 감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내 면세점도 매출이 30~40% 큰 폭으로 줄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나온 손실을 메꾸기도 힘든 상황이다.

올 한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면세점 업계는 임대료 인하나 산정방식 등 다양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아직 묵묵부답인 상태다.

면세점 관계자는 “10년 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인천공항이 일괄적으로 10% 임대료를 인해해주지 않았느냐”라면서 “인천공항이 세계 매출액 1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사태가 심각한 만큼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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