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인식 대산공단환경대책협의회 회장 "집이 뜰 정도의 큰 폭발"
"담 하나 두고 공장과 민가… 국가가 나서 이주 대책 마련해주길"
이인식 대산공단환경대책협의회 회장이 사고가 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공장을 가리키고 있다. 해당 건물은 폭발로 지붕이 날아가 뼈대만 남았다. /권혁기 기자

[한스경제=(충남 서산) 권혁기 기자] 지난 4일 새벽 충청남도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장 인근 민가와 상가 담벼락에 금이 가고 천장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일어났다.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과 이주와 관련해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5일 오전 한스경제는 충북 서산시 대산읍 독곶1로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찾았다. 현재 공장은 폭발사고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정문에는 경비원이 서서 차량의 입출을 통제하고 있었다.

폭발의 여파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정문 맞은편과 옆 상가와 원룸 건물의 창문들은 모두 깨져 있었다. 주민들은 깨진 유리를 치우거나 사고로 발생한 쓰레기들을 집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인식 상가번영회 회장 겸 대산공단환경대책협의회 회장은 한스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 폭발사고에 대해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역대급 사고였다"면서 "아니,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확히 새벽 2시 50분쯤이었어요. 공장이랑 저희 집이랑 담벼락 하나를 두고 있으니까 아마 제가 제일 먼저 폭발사고를 느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폭발사고로 지붕이 무너진 건물. 찌그러진 뼈대도 보인다. /권혁기 기자

이 회장은 "천장이 무너졌다. 자고 있는데 나와 와이프 가슴에 장애물이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장애물을 치우고 잠옷차림으로 바로 나왔다"면서 "보니까 NCC(납사 분해 센터)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더라. 바로 롯데케미칼에 연락을 했다. '2차 폭발을 빨리 막으라'고 했더니 2차 폭발은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 유독가스만 한 40분 나오고 끝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회장이다보니 마을 주민들이 우리 집으로 모였다. 다들 밤새 두 눈을 뜨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2차 폭발을 불안해하며 대기했다"며 "우리 부부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데 워낙 상황이 급박해 가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 중 한명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또다른 한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주변 1~2㎞ 내에는 30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그는 "NCC 사고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화학공장 주력 공장인 NCC 공장이 폭발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다행이 건물 천장만 날아갔지만 다른 공장이나 더 큰 위험이 있는 곳에서 폭발이 있었다면 저는 아마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지 못했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누출 사고 등 이곳에서 살면서 사고는 여러번 겪었다"는 이 회장은 "30년 전에 처음 공장이 들어올 때는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 않았다. 집이 떴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조립식 건물을 살펴보니 한쪽 벽은 온전한 반면 폭발공장 쪽 벽면은 심하게 금이 갔다. 그리고 천장 뼈대는 크게 찌그러져 있었다.

이 회장은 "저 안쪽 공장 하나였는데 점점 공장을 늘리고 다른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민가와 담 하나만 놓게 된 것이다. 세상 천지에 화학공장과 집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 어디있느냐"고 성토했다.

또 "사실 여기는 주민이 살면 안되는 곳이다. 애초에 정부가 국가산단으로 지정을 했어야 했다. 20년 전에 다른 공장들이 세워질 때에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해주고 세웠어야 했다"며 "이익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점점 주민들과 공장의 거리가 좁아진 것이다. 이런 악몽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의 집 뒷편에서는 사고가 난 NCC 공장이 바로 보였다. 천장은 없어져 뼈대만 남았고, 공장과 민가를 구분하는 벽은 구부러져 있었다.

또 이 회장은 "몇 십년 전부터 이주에 대해 논의하고 요구를 하고 있다. 몇 대에 걸쳐 살던 고향을 떠나야하는데, 정부의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과 인근 상인들은 "부디 이런 사고가 일어난 이유를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도 나서서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하루빨리 이주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폭발로 인해 바닥 벽돌은 다 깨지고 일어났다. 천장도 무너져 낙하물이 자고 있던 주민을 덮치기도 했다. /권혁기 기자

한편 롯데케미칼은 이번 폭발사고로 관련된 7개의 공장의 가동이 멈췄다. 에틸렌, 프로필렌 제조를 위한 나프타분해 공정 중 압축 공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합동감식이 진행 중에 있다.

폭발로 가동이 중단된 공장은 NC, BTX(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 BD(부타디엔), EG(에틸렌글리콜)1, PE(폴리에틸렌)1, PP(폴리프로필렌)1, PP2 등이다.

서산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근로자와 주민 등 36명(오전 10시 기준)이 다쳤다. 사망자는 없으며 화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중상자는 2명이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는 전날 오후 충남 서산시청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고 즉시 회사는 최고 경영진으로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사고 수습과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폭발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어 "이번 사고로 큰 불편을 겪은 지역 사회가 조속히 회복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최우선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명확한 원인규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있어서도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산(충남)=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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