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 올해에만 3조원 자본확충
저금리, 금융사고 처리, 코로나19 사태 등 대외악재에 실적 둔화 우려
비이자수익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위한 인수합병 자금 마련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대외악재 대응과 M&A 자금마련 등을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각사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연이은 금융사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올해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이자수익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금융사의 실탄확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우리와 하나, 신한,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올해 들어 3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섰다. 새해가 시작된지 불과 3개월 여만이다.

이들 금융사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자본 확충을 진행 중이다.

시작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6일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발행 예정금액인 2500억원보다 무려 15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최근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관측과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증권 발행금액을 늘렸다. 우리금융은 이에 더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적극적인 실탄 확보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이미 연초 신년사를 통해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 유력한 잠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푸르덴셜 인수전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KB금융이란 관측이 많았다. KB금융 역시 올해 적극적인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KB금융은 지난달 18일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KB금융의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KB금융의 후순위 채권 역시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당초 목표금액인 3000억원보다 1000억원이 증액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앞선 신년사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가 돼야한다"며 그룹의 핵심 경쟁력 강화와 사업영역 확장을 강조했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이 M&A 등을 위한 실탄확보에 나선 가운데 하나금융도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제고와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이달 들어 50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하나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자본조달 규모를 합하면 무려 1조원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도 적극적인 자본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25일 2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또한 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정부를 상대로 2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엔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 은행 및 미즈호은행과 약 6000억원 규모의 원화-엔화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커미티드라인은 금융회사 간의 거래에서 유사시 외화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로, 기업은행은 안정적 외화 확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수출입거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은행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흐름을 뒤바꿀 긍정적 촉매제가 부재한 상태"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대규모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불거진 배상 책임 이슈 등은 은행들의 펀더멘털과 센티먼트에 추가적 부담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위권 은행들의 포지션이 굳어졌다"며 "올해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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