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KT의 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이 좌절됐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 야심차게 영업을 시작했던 케이뱅크는 주요주주인 KT의 최대주주 전환이 좌절되면서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케이뱅크에 이어 2호 인터넷은행이 된 카카오뱅크가 최근 카카오로 최대주주를 변경,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2조원대로 늘린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국회다. 국회는 지난 5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를 승인하는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항목을 삭제한 법안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현재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주주에 불과한 상태다. 케이뱅크의 주주명부상 현 최대주주는 지분 13.79%를 보유한 우리은행이다. 이어 NH투자증권도 KT와 동일한 수준인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현재 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대해 최대주주가 된 후 대규모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의 자본을 확충할 생각이다. 하지만 과거 KT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때문에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위원회에서 중단된 상태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있는 기업은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최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설립 당시 KT의 최대주주 등극을 상정하고 운영해왔던 케이뱅크의 입장에선 한치 앞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자금난을 겪어 왔던 케이뱅크는 추가 자금조달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 계열사를 통한 우회적인 증자나 KT 이외 주주가 최대주주가 돼 증자를 주도하는 방안, 기타 주주를 신규 영입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오는 5월 국회에서 다시 한번 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전날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 개정안은 찬성 75표, 반대 82표, 기권 27표 등 근소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

일부 의원들은 이 개정안이 대기업인 KT에 대한 특혜이며, 기업 봐주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IT(정보통신)기업의 경쟁력을 살려 인터넷은행을 설립, 운영하라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의 당초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IT기업인 KT를 배제하고 다른 주주들 중에서 최대주주가 나와야 한다면 결국 기존 금융기업의 복사판이 될 뿐이다. 최악의 경우엔 1호 인터넷은행이 1호 폐업은행이 될 수도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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