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도쿄 올림픽 엠블럼.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공식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일 관계가 상호 입국제한 조치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학계와 정치계 등은 일본의 한국인 입국 규제 강화 선 조치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사실상의 14일 격리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중단 등 9일부터 실시할 입국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9일부터 국내로 들어오려는 일본인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인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 불허,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특별입국절차 적용 등이 주요 골자이며 일본 전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도 2단계로 상향했다.

◆정치적 의도 숨어 있는 한국인 입국 규제 조치

일본의 선제적 조치를 두고는 의도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훈식(47)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구두 논평에서 "일본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 도쿄 올림픽(7월 24일~8월 9일) 개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아베 신조(66)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한국이 원인인 것처럼 조치한 것"이라고 짚었다. 송갑석(54)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19 뒷북 대응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아베 정부의 정치적 승부수이며 도쿄 올림픽 연기나 취소 여론을 잠재우려는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순수한 코로나19 방역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는 조치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그 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수수방관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펼쳐진 13차례의 전략회의에서 그의 배석 시간은 평균 12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내 첫 사망자가 나온 다음날 열린 전략회의에서도 아베 총리가 참석한 시간은 8분에 지나지 않았다.

국내 학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리고 있다. 조성식(60)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8일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의 한국인 입국 규제를 두고 “아베 정부가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한 의욕으로 무리수를 범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놓여 있는 한국인들의 입국을 규제하면 외부 감염 요인이 줄어들어 방역이 강화되는 측면은 일부 있겠지만 사실 뒤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며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은연중에 정치성과 연결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 “도쿄 올림픽 9월 연기 가능성 존재”

조성식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일본은 도쿄 올림픽의 9월 개최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건립 등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대회가 취소될 경우 경제적 손실 또한 엄청나게 된다. 따라서 취소를 막고 연기 개최로 밀어 부칠 수 있다”며 “다만 미국 NBC 등 올림픽 주관 방송사의 방송 중계권료 문제가 걸려 있고 미국프로풋볼(NFL)의 개막과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 개막 시기도 맞물려 9월 연기 자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7일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유력 증권사인 SMBC 닛코증권은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가 실종될 경우 일본의 올해 국내총생산성장률(GDP)이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 관람객들의 소비가 사라지면서 6700억 엔(약 7조5700억 원)에 이르는 직접 경제 효과를 날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로 인한 GDP 손실액은 무려 7조8000억 엔(약 88조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시기를 뒤로 늦추더라도 대회를 개최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연기 시기는 아무리 늦어도 9~10월 이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회 개최 시기가 11월 이후로 연기되면 사실상 '하계올림픽'이라 할 수도 없다. 아울러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사전 대회인 남은 예선전 진행이나 자원봉사 및 운영 요원들에 대한 교육 등이 수개월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이러한 준비들이 어려워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국이 약속된 연중 올림픽을 열지 못할 경우 대회 취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도쿄 올림픽의 정상 개최냐, 연기 개최냐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은 늦어도 5월 말에는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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