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성용 7일 에이바르전서 라리가 데뷔전
기성용. /마요르카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31ㆍRCD 마요르카)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 무대를 밟은 역대 7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지난달 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떠나 자유의 몸이 된 기성용은 지난달 말 마요르카에 안착하며 커리어 새 지평을 열었다. 입단 2주도 안 돼 데뷔전을 치르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 라리가 연착륙 가능성을 키웠다.

◆ 예상보다 이른 데뷔전

기성용은 7일(이하 한국 시각) 스페인 에이바르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에서 열린 마요르카의 2019-20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7라운드 SD 에이바르 원정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구보 다케후사(19)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추가 시간까지 합쳐 10분가량 뛰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드러내기엔 출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장기인 넓은 시야와 정확한 롱패스를 뽐낼 기회도 없었다.

제한된 시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파울을 얻어내고 프리킥 키커로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기성용의 데뷔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공식 입단한 뒤 열흘 만에 나선 공식 경기였다. 팀 전형과 전술을 잘 이해하기에 벅찬 기간이지만, 강등권 탈출이 우선인 마요르카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마요르카는 2-1로 에이바르를 꺾고 시즌 첫 번째 원정 승리를 챙겼다. 27경기 7승 4무 16패 승점 25로 여전히 강등권인 18위에 자리했다.
 
◆ 떨어진 감각 되찾는 일이 급선무

에이바르전 전까지 기성용은 두 달이 넘는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 1월 4일 뉴캐슬 소속으로 로치데일 AFC와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4-1 승)에 나선 게 가장 최근 경기였다. 뉴캐슬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 지난달 1일 상호 합의하에 계약 해지하고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은 그는 고향으로 귀환을 꾀했다. 하지만 친정팀 K리그1 FC서울과 우선 복귀 조건 위약금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끝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그를 강력히 원한 마요르카가 내민 손을 잡고 라리가에 입성했다.

기성용. /마요르카 트위터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탓인지 데뷔전에 나선 기성용의 움직임은 어딘가 다소 무뎌 보였다.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패스를 차단하지 못하는 등 불안함도 노출했다. 프리미어리그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라리가 템포에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떨어진 감각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잉글랜드보다 세밀하고 기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무기를 갈고닦아야 한다. 과제가 산더미지만 ‘에이스’의 상징인 등 번호 10번을 받고 영입을 주도한 비센테 모레노(46) 마요르카 감독 신뢰 속에 이른 데뷔전을 가져 청사진을 예고했다.

◆ 소속팀 감독의 냉정한 평가

모레노 감독은 라리가 데뷔전을 마친 기성용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기성용의 폼은 최고가 아니었다. 출전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출전 시간을 조율하는 건 어려웠다”며 “아울러 우리 코치진은 (기성용 투입 시점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가 기성용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3-0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침내 우린 그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이 100% 상태가 아니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만약 경기력에서 부족한 점을 보인다면, 경험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기성용은 경험 있는 선수다.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86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이 점은 그가 라리가로 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FC서울 최용수(47) 감독도 지난달 17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멜버른 빅토리 FC(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당시 기성용 영입 관련 질문이 나오자 “잉글랜드에서 200경기 가까이 뛴 이런 친구를 마다할 지도자는 없다”며 선수로서 매력과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장점이 많은 만큼 경기력만 돌아온다면 기성용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수 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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