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코로나 19)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매 주 주말 극장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19 확산의 영향으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극장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방역 작업만 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노릇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개봉을 미룬 영화만 약 50편에 달한다. 코로나 19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봉을 연기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코로나 19에 극장 매출 뚝↓전년 대비 70% 감소

지난달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몰 내 CGV 전주효자점이 임시 휴업해 불이 꺼져 있다./연합뉴스.

국내 극장은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한 2월 21일 이후부터 3월까지 평일 하루 5만~6만 명의 관객만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해 동시기 하루 90만 명, 적게는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데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를 보였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2월 극장 매출액은 총 623억1958만660원이다. 1월 매출액 1436억8106만7930원과 비교해 볼 때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지난 해 2월과 비교하면 매출 감소액은 더 크다. 지난 해 2월 극장 매출액은 1899억9080만7970원을 기록했다. 3분의 1 수준이자 7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의 타격이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없던 극장 폐쇄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 2015년 5월 당시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후 6월 영화관 관객수는 전월 대비 1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8% 줄어들었지만 메르스보다 코로나19 사태의 매출 감소 폭이 월등히 높다.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영향이 큰 탓이다. 확진자 방문에 따른 일부 멀티플렉스 임시휴업과 대구, 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며 극장가는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 줄줄이 개봉 연기..IPTV 강세

영화 '결백'(왼쪽부터) '침입자' '콜' '사냥의 시간' 포스터.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봉 예정 신작들은 줄줄이 개봉을 미루고 있다. 한국영화 ‘결백’ ‘침입자’ ‘콜’ ‘사냥의 시간’ 등 뿐 아니라 외화 역시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이달 중 개봉 예정이었던 유역비 주연의 디즈니 ‘뮬란’ 역시 개봉을 미뤘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이던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11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외신에 따르면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개봉 연기로 인해 최소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한화 약 595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지난달 2월 슈퍼볼 광고에 사용한 450만 달러(한화 약 54억 원) 등을 포함해 진행된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손실을 예측한 금액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봉을 미룰 수 없는 독립영화의 경우는 더 참담하다. ‘찬실이는 복도많지’는 예정대로 지난 5일 개봉해 일 평균 1000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에 비해서는 적은 관객수다.

아카데미 특수도 주춤하다. ‘기생충: 흑백판’ 역시 지난 달 26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사태로 개봉을 연기했다. ‘작은 아씨들’ ‘1917’ 등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작품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썰렁한 극장과 달리 IPTV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IPTV 영화 이용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5~8주 차 IPTV 영화 유료 결제는 326만3715건이다. 전년 동기 180만1242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상영관 박스오피스 1위는 ‘히트맨’이며 ‘클로젯’ ‘기생충’ ‘남산의 부장들’ 등 VOD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영화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은 8위에 머무르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박쥐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진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코로나 19의 성지영화로도 불리고 있다.

■ “개봉 미루는게 최선?”..경쟁 과열 우려도

1월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CGV성신여대입구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이처럼 관객들의 극장 방문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가운데 개봉 연기만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봉을 연기한 작품들은 광고·마케팅비 등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다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더라도 이미 개봉이 예정된 외화 등을 만나 불티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19 때문에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무조건 개봉을 미루는 게 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손익분기점을 낮게 잡고 개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화 제작 관계자 역시 “개봉 예정작들이 개봉을 미룸에 따라 향후 극장 편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열 경쟁으로 일부 영화들의 출혈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