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LG 선수단.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금까지 이런 3월은 없었다. 예년 같으면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겠지만, 올해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대만 등지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10개 구단이 차례로 귀국하고 있다. 7일 LG 트윈스를 시작으로 8일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9일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 10일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에 돌아왔다. 캠프 기간을 연장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각각 15~16일, 17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팀들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근심은 더욱 커졌다. 각 구단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차단, 실전 감각 유지, 외인 관리까지 ‘삼중고’와 싸워야 한다. 단체 종목인 야구의 특성상 프로야구 선수나 관계자 중에 단 1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해당 구단은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프로농구처럼 리그 전체가 ‘올 스톱’ 될 수 있다. 

선수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이 구단들의 지상과제다. 구단들은 귀국 후 합숙 또는 출퇴근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LG는 9일부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사실상 3차 캠프다. 다만, 개막 시점이 언제 정해지느냐에 따라 합숙은 '출퇴근'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다른 구단들은 출퇴근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산과 삼성 한화와 KT는 모두 1군 홈 구장에서 훈련한다. 합숙을 고려했던 NC도 창원NC파크와 마산구장에서 출퇴근하고, SK도 귀국 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한화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팬들의 야구장 출입과 선수단 접촉 등을 철저히 통제할 계획이다. KT는 편의 제공 차원에서 야구장에서 먼 곳에 사는 선수들이 요청하면 야구장 인근에 숙소를 배정해주기로 했다. 최근 창원NC파크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이 의심 증상을 보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NC는 구장 방역을 완료했고, 운영팀에서 위생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합숙은 코로나19 단체 감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 좋지만, 오랜 기간 합숙이 주는 '피로감'으로 훈련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반면 출퇴근은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선수들이 지역 사회와 접촉할 수밖에 없어 100%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든 위험 부담을 안고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각 구단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10개 구단 공통 과제다. 지난해까지 구단들은 캠프 종료와 함께 시범경기에 돌입했다. 귀국 후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시범경기를 소화했다. 시범경기는 한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이 전력을 최종 점검하는 전초전이다. 개막 엔트리를 향한 마지막 내부경쟁도 진행된다. 선수들과 구단은 시범경기로 마지막 실전감각을 조율하고 시즌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초로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되면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기회가 사라졌다. 애초 각 구단은 귀국 후 서로 연습경기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당분간 다른 팀 간 연습경기를 자제하고 청백전 위주로 진행토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캠프에서 끌어올린 실전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청백전이라도 진행하고, 불확실한 개막을 기다리며 훈련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한화 채드 벨(왼쪽)과 서폴드. /OSEN

외인 관리도 각 구단이 맞닥뜨린 새로운 변수다. LG, 한화, KT, 키움, 삼성의 외인 들은 한국 입국 대신 고향으로 향했다. 이들은 당분간 고국에서 훈련하다 개막이 확정되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구단들은 선수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상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지만, 불안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천재지변임을 내세워 끝까지 한국 행을 거부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당장 팀과 떨어져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기 힘들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 선수 관리는 시즌 초반 큰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KBO는 10일 10개 구단 사장단이 모이는 이사회를 개최해 정규 시즌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28일 정상 개막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은 3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개막 연기에 잠정 합의했다. 1주일 연기가 유력하다. 개막전을 연기한다면 1주일 단위로 연기를 하되 최소 2주 전에는 시점을 확정하기로 했다. KBO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