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민연금, 한진칼 주총서 의결권 행사 방침 정해
국내 56개 상장사 주식 보유목적도 '일반투자'로 변경...언제든 의결권 행사 가능
국민연금이 한진칼 등 국내 상장사 주총서 의결권 행사에 나설 방침이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남매간 경영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키로 함에 따라 국내 주요 상장사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 투자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에 대부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목적은 '단순투자'였다. 단순투자는 보유 지분율에 따른 상장사의 의결권 등을 행사하지 않고, 배당을 받는 등 최소한의 주주 권리만을 행사하는 투자형태다.

그랬던 국민연금이 달라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강화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 방침을 본격 시행키로 했다. 지난 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제5차 회의를 통해 "당초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한진칼과 지투알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지투알 투자 주식 전액을 위탁 운용 중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별 위탁운용사에 양사의 주식 보유지분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 상태였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목적상 현재 한진칼이 '경영참여'로, 지투알이 '일반투자'로 공시된 점을 고려해 앞서 위탁운용사에 위임한 의결권을 회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지투알의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안 분석 등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에 따라 찬반 표결 등의 의결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쏠리고 있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주주연합 간에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주주명부 폐쇄 시점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과 우호주주의 지분이 대략 33.45%,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일명 강성부펀드) 등 주주연합이 32.06%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진영의 지분률 차이가 1%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9% 가량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의 손에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기금을 관리 운용할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ESG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이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기관 투자자나 소액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달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의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이나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인 해임청구권 행사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 범위에서 제외됐다.

쉽게 말하면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라 하더라도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결정이나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지난 달 다수 상장사의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의 파급력에 상장사들과 증권가가 주목하는 이유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사 중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지 않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곳뿐이다. 또한 시총 상위 11~30위권 상장사의 경우에도 한국전력을 제외하고 모두 '일반투자'로 주식 보유목적이 변경됐다. 시총 상위 31~100위권의 경우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림산업, 대한항공 등 14곳이 일반투자로 바뀌었다. 특히 대한항공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의 주요 계열사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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