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임성재(22)가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랭킹 1위(1458점)에 오르며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임성재는 9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 앤 로지(파72ㆍ7454야드)에서 열린 PGA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73타를 기록했다. 난코스에서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친 그는 우승자 티럴 해턴(잉글랜드ㆍ4언더파 284타)에 2타 뒤진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주 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값진 결과물이었다. 이 대회 성적으로 그는 한국인 최초 PGA 페덱스컵 랭킹 1위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2018-2019시즌 PGA 신인왕에 오른 임성재는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며 명실상부 한국 남자골프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박인비와 비슷한 ‘느린 백스윙’

임성재가 승승장구하는데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우선 어드레스에서부터 차별화된 비법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샷을 하기 직전 무릎을 한 차례 살짝 굽혔다 펴는 루틴이 있다.

‘슬로우 모션’에 가까운 느린 백스윙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골프여제’ 박인비(32)의 백스윙을 연상케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물론 프로골퍼들조차 백스윙 탑에서 조급하게 다운스윙으로 이어가며 다운스윙의 속도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성재와 박인비는 백스윙 탑에서도 여유를 갖는다. 때문에 다운스윙 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스윙의 정확성 또한 높다. 물론 박인비의 스윙과 다른 점도 있다. 박인비는 손목 관절의 꺾임을 뜻하는 코킹을 거의 하지 않지만 임성재는 여느 골퍼들처럼 코킹을 한다.

다운스윙을 하기 직전 임성재의 클럽과 양팔은 삼각형을 이룬다. 팔과 어깨가 함께 회전하는데 이 때문에 다운스윙 시 몸통의 꼬임이 더 만들어져 임팩트 파워도 강하다.

◆대회 출전을 ‘즐기는’ 임성재

샷 기술적인 부분 외에 멘탈적인 부분도 임성재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비결이다. 임성재의 아버지 임지택(55) 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임)성재는 기록을 깨거나 성적에 미리 욕심을 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하다 보니 순위가 좋고 기록을 깨고 있는 것 같다. 대회를 거를 때 ‘아깝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진정 즐기는 것 같더라. 버디를 잡고 순위가 올라갔을 때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전부터 비거리 등 기량이 출중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경험을 하면 할수록 실수를 줄여가는 등 기술도 좋아지고 있다. 그러니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만약 골프하는 게 힘들면 대회를 거를 때 ‘안 뛰니깐 아깝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임성재는 올 시즌 14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페덱스컵 랭킹 상위 5위 이내 선수 가운데 브랜드 토드(35ㆍ미국)와 함께 가장 많은 대회에 나섰다.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를 1시간 30여분 앞두고도 그는 맹연습을 했다. 롱퍼트 29회, 쇼트 퍼트 16회, 벙커샷 11회, 칩샷 5회, 58도 웨지 13회, 52도 웨지 7회, 9번 아이언 5회, 7번 아이언 6회, 5번 아이언 7회, 3번 아이언 6회, 19도 하이브리드 3회, 3번 우드 4회, 드라이버 6회, 피칭 웨지 3회를 연습하고 마지막에 3번 아이언을 다시 1차례 복습했다. 그야말로 즐기는 경지다.

◆퍼트의 안정감은 더 높여야

임성재는 경기 후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어서 우승 경쟁에 들어 갔는데 후반 몇 개 홀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번 한 주 동안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충분히 줄 수 있다. 아니 95점 이상 줘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5~10점은 ‘퍼트’로 분석된다. 그는 13번홀(파4)에서 보기 퍼트를 집어 넣지 못했고, 15번홀(파4)에서는 1.2m 퍼트를 놓쳐 1타를 더 잃었다. 18번홀(파4)에선 워터 해저드를 넘겨 핀을 바로 공략하는 과감한 2번째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4m 버디 퍼트가 홀컵 바로 옆에서 멈추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30)는 공동 5위(합계 이븐파 288타)에 올라 오는 7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강성훈(33)은 마지막 2개홀에서 연속 보기를 내 공동 9위(1오버파 289타)로 밀리면서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ㆍ북아일랜드)는 이날만 4타를 잃으며 대니 리와 같은 순위에 머물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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