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박은빈이 SBS '스토브리그'의 인기 비결을 밝혔다. 극 중 박은빈은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며 최연소 운영팀장인 이세영으로 분했다.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은 방영 내내 인기를 얻었고 능력 있는 최연소 운영팀장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했다. 종영이 꽤 지난 지금도 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토브리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박은빈은 "(출연한 배우) 모두가 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으로 출근하는 게 힘들거나 피곤한 게 아니라 '오늘도 또 회의실에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팀워크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이야기해 본다면.
"생각 외로 (드라마가) 잘된 부분이 커서 아직 얼떨떨하다. 인기 체감을 못하고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실감이 난다. 종영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 받아 감사하고 있다"
- '스토브리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야구 드라마가 아니지만 야구를 소재로 깊숙한 이야기들을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다. 대본을 보고 그 자체가 가진 힘을 느꼈고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프런트의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 여성 운영팀장은 최초인데 연기하는데 어렵진 않았나.
"현존하지 않는 데다가 그런 선례가 없어서 참고할 만한 분이 없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현실과 동떨어진 만큼 세영에게 주어진 힘이 크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더 노련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그리고 세영이가 워낙 일을 잘 처리하기 때문에 운영팀장이 될 만했다는 개연성도 주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
- 야구와 프런트에 대한 지식이 돋보였는데 야구는 좋아하는 편이었나.
"사실 잘 몰랐다. 백승수(남궁민)가 1회 때 말했던 것처럼 간단한 룰만 아는 정도였다. 기록원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잘 몰랐던 세계였지만 공부를 해보니 실제로는 이런 세계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겠구나 싶어서 경외심이 들었다"
- '스토브리그'에는 러브라인이 없었다. 아쉽지는 않았나.
"프런트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사랑을 하지 않아도 모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름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직장 생활에서 사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지내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 세영의 매력은 아무래도 돌직구 캐릭터였던 것 같다. 실제로 해보니 어땠나.
"평소에는 돌직구를 날리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톤으로 하는 게 효과적일까 고민이라 집에서 여러 버전의 비속어를 스스로 읊조리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 컵을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연습 많이 했나.
"컵을 던지는 것 자체는 걱정을 별로 안 했다. 그런데 세영이 자체가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수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주려고 했다. (차엽은) 포수니까 옆으로 던지면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벽으로 던지겠다고 미리 합의했다"
- 그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임동규 선수랑 백승수 단장이 전지 훈련 때 대화 하는 장면에서 세영이가 돌을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찍기 전에 어느 정도 크기의 돌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손에 딱 맞는 돌을 준비해 주셨는데 그건 가볍기도 하고 정말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위협용으로만 보이고 실제로는 위협적이지 않은 큰 돌을 준비해서 촬영했다. 찍고 난 후에 단장님이 모카번 같은 빵 들고 오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재미있게 웃으면서 촬영했다"
- 마지막 엔딩을 보면 이세영이 결국 단장이 된 것 같았는데.
"촬영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 감독님도 지나가면서 '단장 같은 느낌이 나는데요'라고 얘기해줬을 뿐 직접적으로 단장이 됐다고 알려주진 않았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도 단장이 된 건지 아닌지 열어놓고 생각을 해주는 게 앞으로의 방향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세영은 능력 있는 여자니까 승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작가님이)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던 만큼 시즌 2를 하게 돼도 지금 당장은 안 될 것 같고 기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각자 삶이 있다 보니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추억이 없으니까 다들 함께 한 번 더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 그럼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스토브리그'로 2019년 연말과 2020년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동력에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토브리그'를 떠올리면 '그 때 참 좋았지'라고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 20대 끝자락인데 꿈꿔 온 모습 그대로인가.
"5살 때부터 일을 하긴 했지만 초등학생 때 10년 후의 나 혹은 20년 후의 나를 그려보라고 하면 늘 추상적으로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상상했던 미래가 안 오더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항상 미래를 열어두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대 후반에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깊게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음 편했던 길이긴 했는데 앞으로도 어떤 모습일지는 굳이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다.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설령 잘 안 된 작품을 하더라도 다 내가 선택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목표를 이뤘다면 교훈을 얻든, 의미를 남기든 그걸로 족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최지연 기자 choijiye@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