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사회.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국내 프로스포츠가 깜깜한 터널에 갇혔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가 개막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했다.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개막을 연기한 것은 1982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개막을 미룬 프로축구와 리그를 중단한 프로배구, 프로농구에 이어 프로야구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 개막을 잠정 연기하면서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에 빠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 시즌 '신한은행 쏠 KBO리그' 개막을 오는 28일에서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1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 에서다. 

이날 이사회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이규홍(63) LG 트윈스 사장을 제외하고 9개 구단 사장이 참석했다. KBO에선 정운찬(73) 총재와 류대환(56) 사무총장이 자리했다.

전병율(60) 차의과대학 보건산업대학원장(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이날 회의에 동석했다. 전 교수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과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감염병 전문가다. KBO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현황과 향후 전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 교수를 특별 초청했다. 전 교수는 이사회 시작에 앞서 코로나 19에 대한 정보와 현재상황, 그리고 향후 전망을 브리핑했다.  전 교수의 브리핑이 끝난 뒤 사장단과 KBO는 개막 연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11시 40분경 끝났다.

이사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 나선 류 사무총장은 “오늘 회의에서 코로나 19 관련 현 상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전문가 위견을 청취하고, 팬들과 선수단의 안전 및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 총장은 이어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개막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며, 개막일은 선수단 운영과 경기 티켓 예매 등 경기 운영 준비 기간을 고려해 2주 전에 확정하고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KBO와 10개 구단은 144경기 체제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류 총장은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목표로 하며, 구단 당 144경기 소화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 연기를 발표하는 류대환 KBO 사무총장. /OSEN

KBO는 4월 중순 개막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류 총장은  "현재까지 개막일자는 정확히 결정하지 않았다. 4월 하순은 어렵다고 보고 4월 중순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격주로 열리는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와 이사회를 통해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향후 개막이 늦춰진다면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통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는 개막 시 무관중 경기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정부는 다중 시설 이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관중들의 응원 참여도가 높은 프로야구의 특성상 비말(침방울)에 의한 감염 위험도가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류 총장은 “4월 중순까지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무관중으로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KBO 사무국은 정규리그 개막은 이미 발표된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장은 "정규리그 개막일이 결정되면 이때 편성된 대진이 개막전이 될 것"이라며 "3월 28일부터 새로 정해지는 개막일 전까지 못 치른 경기는 추후 일정으로 재편성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둔 삼성 라이온즈 구단의 일정과 관련해선 "상황을 진정되지 않으면 삼성의 경기 일정을 원정 경기 위주로 재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소개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각 구단도 앞으로 한 달여간 훈련과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며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각 구단 간 연습경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류 총장은 "자체 청백전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동과 숙박에서 감염 위험이 있으니 구단간 교류전은 하지 않는다. 이후 상황이 호전되면 교류전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 기간 휴식기 없이 시즌을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선 "올림픽 변수는 검토하지 않았다. 특정 구단에서 대표팀 차출이 많으면 구단 간 전력 불균형이 심할 수 있다. 만약 올림픽 자체가 취소된다면 우리 일정 소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류 총장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신규 확진자 추이 등 데이터를 보고 신중하게 개막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구회관=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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