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인비저블맨’(2월 26일 개봉)이 코로나 19 확산 여파 속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 19 확산세로 관객들의 경각심이 커지며 극장을 찾는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인비저블맨’을 향한 실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관객들에게 “묻히기 아까운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비저블맨’의 호평 이유를 살펴봤다.

■ 무산된 다크 유니버스..저예산 공포영화로 탄생

‘인비저블맨’은 소시오패스 남자에게서 도망친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가 그의 자살 소식과 함께 상속받게 된 거액의 유산을 받았지만, 이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들에게 익히 알려진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 인간’을 바탕으로 한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유니버설의 작품이다. 유니버설은 1930년대 ‘프랑켄슈타인’과 ‘투명인간’ 등 공포영화를 만들어낸 바 있다.

유니버설은 마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워너브러더스의 DC코믹스에 자극 받아 자체적으로 공포 세계관인 ‘다크 유니버스’를 계획했다. ‘인비저블맨’ 시리즈를 부활시키는 것 역시 포함됐으나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2017)가 흥행에 실패하며 ‘다크 유니버스’ 구상은 흔들리게 됐다.

이에 유니버설은 ‘인비저블맨’을 개별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겟 아웃’(2017) ‘어스’(2019) 등 독창적인 공포영화를 만든 블룸하우스에게 제작을 맡겼고 지금의 ‘인비저블맨’이 탄생했다.

블룸하우스가 손 댄 ‘인비저블맨’은 제작비 700만달러(한화 약 83억 원)로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저예산 공포영화다. 비록 제작비는 적지만 스토리와 구성은 여느 영화 못지않게 탄탄하다.

이달 10일까지 전 세계 수익 9827만 달러(박스오피스 모조)를 기록하며 제작비 14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 가성비 ‘갑’ 신선한 영화..발상 전환의 좋은 예

기존의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투명인간을 주축으로 한 전개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인비저블맨’은 투명인간에게 위협을 당하는 여성을 시점으로 스토리를 구축한 점이 신선함을 자아낸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다.

특히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오프닝 시퀀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붙드는 요인이다. 광학 전문가인 부자 남자친구 애드리언(올리버 잭슨 코헨)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큰 저택을 나서는 세실리아를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음향효과와 음악을 최대한 절제, 고요한 침묵 속 공포감을 형성하며 영화의 긴장감은 배가 된다.

여성 주인공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 점 역시 기존의 공포영화와 다르다.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엄습하는 공포 속 점점 강인해지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애드리언이 투명인간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믿지 않는 주변인들과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신세 속에서도 스스로 탈출을 시도하고 투명인간의 정체를 폭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주체화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반영한다. 여기에 스토킹, 감시, 성범죄 등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영화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인비저블맨’은 금방이라도 악령이 튀어나올 듯한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액션신까지 가미해 오락영화로서 재미를 더한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세실리아가 폭풍우 속 투명인간과 강렬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여느 액션영화 못지않은 쾌감을 준다.

미국 미디어분석기업 컴스코어의 수석 미디어 분석가인 폴 데르가라베디언은 ‘인비저블맨’에 대해 “좋은 공포 영화는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 핵심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관객과 결합하는지를 증명한다”고 평했다.

사진=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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