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스피, 뉴욕증시 폭락 딛고 상승...정부의 공매도 규제 기대
뉴욕 증시 및 국제유가, 사상 최악의 폭락...공포 확산
국내 증시가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10일 코스피 지수는 1960선을 회복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가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10일 코스피 지수는 1960선을 회복했다. 간밤 뉴욕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잘 버틴 모습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공포와 국제 유가 폭락에 대한 우려가 투심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제한과 경기부양 대책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공존하면서 코스피는 소폭 상승 마감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책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공조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 코스피, 뉴욕증시 폭락 딛고 상승

이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8.16포인트(0.42%) 오른 1962.93으로 마감됐다. 간밤 뉴욕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장초반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장중 한때 1% 이상 하락하며 1930선까지 떨어졌으나,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모두 만회하며, 결국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기관과 개인은 각각 6116억원, 3096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장 초반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은 재차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이날 하루 9867억원 가량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증시 개장에 앞서 향후 3개월 간 공매도 관련 규정을 강화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매도는 타인의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들여 반환하는 제도로,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로 3개월 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거래금지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1일부터 변경된 요건에 따라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 시총 상위주 위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그간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보고 있던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 반환을 위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셀트리온이 4% 이상 강세를 보였으며, SK하이닉스와 네이버도 각각 2%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코스피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가 0.7% 가량 상승했으며,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LG생활건강 등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폭락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최고조에 달했으나,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이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증시 역시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이미 반영하고 있고, 국내 증시도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은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 등 정책공조가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일정 부분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선조정을 거친 상황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정체된 가운데 미국 증시의 충격은 국내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며 "극도의 공포심리가 상당부분 증시에 반영된 상황에서 글로벌 정책공조, 경기 부양정책 기대감 등으로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연이은 글로벌 위험자산의 급락세 전개,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유가 레벨다운에 의한 신흥국 위기, 석유기업 및 금융기관의 도산 리스크 등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고,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12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욕 증시 및 국제유가, 사상 최악의 폭락...공포 확산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아직 몇번의 여진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밤 뉴욕 증시와 국제 유가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뉴욕 증시는 코로나19 사태의 세계적인 확산과 함께 국제 유가의 20%대 폭락 소식이 더해지면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크가 발동,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8%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225.81포인트(7.60%) 밀린 2746.56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 모두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약 19% 가량 하락하면서 약세장 진입 우려도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최고가 대비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판단한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와 코로나19 확산,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뉴욕 증시는 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 앞서 뉴욕 연준이 발표하는 미국 경기가 향후 1년 뒤에 침체에 빠질 확률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30.73%를 기록, 지난 해 9월 이후에 재차 30%선을 넘어섰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과 유가의 급락이 경기침체 공포를 증폭시켰다"면서 "코로나19는 확산 정도와 그에 따른 실물 경기에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공포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약세장 진입의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점은 정책 공조를 다시 강화하고 재결속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선) 올해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여부와 양적완화 정책과 같은 추가 부양정책을 제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유가도 1991년 걸프전 이후 최악의 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10.15달러(24.6%) 하락한 31.1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1.85달러(26.18%) 급락한 33.42달러에 거래됐다. 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가 급락은 산유국들의 감산 논의가 무산되면서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가격 인하에 나서는 한편, 증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를 감안해 원유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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