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팬택’과 ‘싸이월드’가 본격적인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지난 2000년대 초 벤처기업 붐이 일던 시절, 업계를 주름잡다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양사는 최근 새 주인을 만나 청사진을 설계하고 있다.

■ 팬택, 폐업 위기에서 벤처기업 재인증까지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창업주가 자본금 4,000만원으로 설립한 무선 통신 장비 제조사로 출발했다.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정작 팬택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이후다.

휴대폰 수출로 자금을 마련한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며 ‘팬택 앤 큐리텔’로 재도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팬택 제공

2005년에는 SK텔레콤으로부터 SK텔레텍을 인수해 ‘SKY’ 브랜드를 품에 안았지만 '팬택' '팬택앤큐리텔' '스카이텔레텍' 등 3개사 체제로 전환되며 실질적인 역량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팬택은 2007년 첫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위기의 팬택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이후다. 베가(Vega) 브랜드의 대표작 ‘베가 레이서’가 15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팬택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LG전자보다 높은 매출로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2위로 평가받은 팬택은 여세를 몰아 2012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러나 팬택은 2012년말부터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는다. 결국 이듬해 9월 박병엽 부회장이 사임하고 직원을 대폭 줄이는 수순으로 흘러가기에 이른다. 2014년 7월에는 이동통신사 영업정지의 여파로 판매 부진에 휩싸이며 부채가 급격히 늘었고 한 달뒤인 8월에 2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베가 아이언’ 시리즈를 비롯해 현대카드와 협업한 ‘브루클린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며 노력했지만 끝내 매각을 검토하게 된다.

2014년 11월 매각 입찰을 진행한 결과 유찰됐고 이후 두 차례 더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한다. 결국 팬택은 백기투항의 심정으로 지난해 5월 26일 회생절차를 포기한다고 밝히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인수대금 잔금인 386억원을 지불했고 이를 통해 팬택은 1년 2개월여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 SKY IM-100. 팬택 제공

새 법인을 출범한 팬택은 전열을 정비해 지난 6월 ‘SKY IM-100’으로 복귀를 알렸다. IM-100은 비록 보급형 라인업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의 후면 ‘휠키’와 무선충전 기기 ‘스톤’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IM-100의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초도물량 3만여대가 출시 일주일만에 완판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지난달 중순까지 일 평균 2,000~3,000여대가 팔려 나가며 누적 10만대 돌파를 이뤄냈다.

팬택은 스마트폰 판매고와 더불어 약 12년만에 벤처기업의 자리를 되찾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달 20일부로 인증을 거쳐 약 2년간 벤처기업의 지위를 획득한 것. 2018년 7월 19일 이후에는 재심사를 거쳐 유효기간을 갱신해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 가운데 단기간 내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기업은 팬택이 유일할 것”이라며 “IM-100의 흥행과 더불어 벤처기업 인증에 성공하면서 국내외 사업계획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부활하는 싸이월드, 프리챌 창업자가 거뒀다

대한민국에 ‘도토리’ 열풍을 일으켰던 미니홈피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싸이월드’도 1세대 벤처로 잘 알려져 있다.

1999년 문을 연 싸이월드는 2002년 프리챌의 유료화 사태에 대한 반사 효과를 입으며 커뮤니티에 목마른 네티즌들의 성지가 됐다. 특히 개인용 미니홈피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면서 서비스는 급격히 안정화 됐고 ‘미니미’ ‘미니룸’ 등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과 더불어 '미니홈피 BGM(Back Ground Music)'이 흥행하면서 대중화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속화 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싸이월드의 존재감은 서서히 작아졌다.

결국 201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사가 결정된 싸이월드는 일부 직원들이 나서서 출자형 회사로 전환했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9월 방명록, 일촌평, 쪽지 등 기존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해 한 때 폐지설이 나돌기도 했다. 운영진은 기존 데이터 백업센터를 통해 사진 및 기존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도록 기간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블로그형 SNS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전환점을 모색했던 싸이월드.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쳐

싸이월드는 올 들어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5억원을 목표로 한 증권형(지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하며 부활 의지를 알렸다. 그러나 1월 말부터 약 1개월간 계속된 크라우드펀딩은 비정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싸이월드에 좌절감을 안겼다. 최종 청약금액이 목표액의 12%에 해당하는 6,173만원에 그쳤기 때문.

이처럼 존폐 기로에 선 싸이월드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에어’의 전제완 대표였다. 에어는 스마트폰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에어라이브’를 운영하는 회사로 전 대표는 싸이월드에게 아픔을 겪었던 ‘프리챌’의 창업자 출신이다. 전 대표는 지난달 싸이월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했다.

▲ 싸이월드가 에어에 인수돼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쳐

전 대표는 에어라이브 기능을 접목시키는 등 싸이월드를 동영상 중심의 SNS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오는 10월, 달라진 싸이월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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