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이트진로, 성장률에 앞서… 매출액은 오비 압도적
업계 "도 넘은 경쟁에 하위업체도 타격" 지적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각각 '테라'와 '카스'를 주력 브랜드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각사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맥주업계가 때 아닌 ‘숫자싸움’에 휘말렸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같은 통계자료를 서로 다르게 해석해 경쟁사 깎아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 두 업체가 과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9 국내맥주 소매시장 통계’를 공개했다. 국내 유명 통계업체 닐슨코리아는 지난해 업체별·브랜드별 맥주 판매실적을 집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판매량은 2억6412만ℓ로 전년 대비 8.0% 성장했다. 반면 오비맥주는 4억1925만ℓ를 기록해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분기별 판매량 변화도 제시했다. 하이트진로의 판매량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7.2%에서 4분기 6.2%p 성장했다.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49.5%에서 49.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이트진로는 자료를 통해 지난해 소매시장 전체 판매량이 5.6% 감소했음에도 하이트진로는 역성장한 오비맥주와 달리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의 판매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했기에 악의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였다.

이는 오비맥주가 지난달 27일 지난해 매출액 자료를 공개한 것에 대한 반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가 공개한 자료에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매출액이 나와 있다. 오비맥주의 2019년 매출액은 약 1조6400억원으로 전체 소매시장에서 49.6%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의 절반 수준인 약 8400억원으로 25.3%를 차지했다.

오비맥주는 2019년 태라의 등장으로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지만 압도적인 격차로 매출액 점유율 1위를 자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자료를 통해 “닐슨코리아의 통계는 판매액과 판매량 등 점유율이 상이하다”라며 “주류업계는 전통적으로 판매량을 기준으로 시장 추이와 점유율을 비교해왔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단순 실적보다 전년 대비 성장률, 시장 내 변화 추이 등이 시장 전망에 더 의미가 있으며, 유흥시장보다 보수적인 소매시장의 특성 상 브랜드 점유율 변화가 크지 않음에도 테라는 출시 첫 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쟁은 주류업계 판매실적의 비교 기준을 어디에 둬야하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그간 업계는 전통적으로 판매 실적을 집계할 때 출고량 또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매출액은 업체별 가격정책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정확한 기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액은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그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계, 시국과 상도덕 간과한 갈등에 강한 불만

두 업체간 갈등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다. 정부가 과거 업체간 경쟁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주류업체의 매출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후 첫 사례다. 따라서 먼저 자료를 공개한 오비맥주에 이번 논란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홍보 마케팅이 오비맥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과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여의도 등 수도권 상권 일부를 장악했다는 언론 홍보를 통해 오비맥주를 자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은 국내 맥주시장 양대산맥을 이루는 두 업체의 지나친 경쟁으로 하위 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흥시장 매출이 업계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통계 자체의 중요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주장대로 닐슨코리아의 자료는 반쪽짜리 자료일 뿐이고 유흥시장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아 공신력이 떨어지는 자료가 맞다”라며 “하지만 두 회사가 상도를 넘은 경쟁을 벌여 하위 업체들의 판매량과 매출액 변화도 공개하는 등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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