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국내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오른다. 한화 이글스의 토종 투수들이 꺾였던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선발진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구단 레전드 출신 지도자 한용덕(55)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년간 한화는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8년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쁨을 누렸으나 지난해엔 투타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9위로 추락했다.

현대야구는 불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지만, 선발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 투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한화에는 최근 몇 년간 확실한 토종 선발이 없었다. 부동의 에이스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독수리 둥지를 떠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승 이상을 기록한 토종 선발 투수는 2015년 10승(6패)을 올린 안영명(36)이 유일했다.

토종 선발 발굴은 명투수 출신인 한 감독이 부임 이후 줄곧 떠안은 숙제였다. 2년간 김민우, 김범수(이상 25), 박주홍(21) 등 여러 기대주가 기회를 받았지만, 그 누구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한 감독의 애를 태웠다.

올 시즌 가을 야구 진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역시 토종 선발이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인 원투펀치 워익 서폴드(30)와 채드벨(31)이 10승을 합작했다. 한화와 재계약한 이들은 올해도 선발진의 중심을 잡을 예정이다. 확실한 토종 선발이 뒤를 받친다면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한 감독과 정민태(50) 투수코치는 이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국내 선발진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발 후보들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무력시위를 펼치며 치열한 오디션을 펼쳤다. 한 감독은 “선발 투수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이번 캠프에서 철저히 몸을 만들고 구위를 가다듬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화 장시환(왼쪽)과 장민재. /한화 제공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한화의 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후보는 ‘장 씨 듀오’ 장시환(33)과 장민재(30)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장시환은 토종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난 구위를 뽐내며 사실상 3선발로 낙점됐다. 건강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10승을 거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우리 팀이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 제가 할 일은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라며 “한 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려면 부상도 없어야 하지만 납득 가능한 성적이 나와야 채울 수 있다. 선발로 144이닝 이상 투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한화 국내 선수 중 최다승인 6승을 올린 장민재도 올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장민재는 지난해 26경기 119.1이닝을 던져 6승 8패, 평균자책점 5.43을 기록하며 한화 토종 선발 투수 중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비시즌 체중을 대폭 감량하며 독하게 시즌을 준비한 그는 지난 6일(한국 시각) 밀워키 산하 마이너리그 팀과 연습경기에서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장민재는 “목표는 부상 없이 풀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마운드에 설 때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 남지민(왼쪽)-한승주. /한화 제공

올 시즌 신인인 남지민과 한승주(이상 21)도 선배들의 아성을 위협하며 선발진 진입을 정조준하고 있다. 남지민과 한승주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2라운드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유망주들이다. 2001년 동갑내기에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는 이들은 스프링캠프에서 될성부른 떡잎의 면모를 보여주며 코칭스태프들을 흡족하게 했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40km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져 향후 한화 선발진을 이끌 재목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지난 시즌 선발 경험을 쌓은 김이환(20), 김진영(28), 김민우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베테랑 윤규진(36), 2차 드래프트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좌완 이현호(28) 등이 경쟁에 뛰어들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들 중 1~2명만 선발진에 잡아준다면 한화의 재도약 가능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감독은 “장시환이 합류하며 선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번 캠프에서 선발 후보들이 기술적이나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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