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체코 1부 슬로반 리베레츠 입단한 송보현
포천FC U-18팀서 체코 프로팀 직행한 첫 사례
FC 슬로반 리베레츠 송보현. /티아이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축구에 몰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체코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송보현(19ㆍFC 슬로반 리베레츠)은 이달 초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가끔 생각날 때가 있지만 빨리 체코에 적응하려 한다”고 당돌하게 답했다. 내로라하는 K리그 명문구단 유소년팀도 거치지 않고 유럽 무대에 직행한 이 만 19세 축구 유망주는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한 만큼 다부진 각오로 무장했다.

송보현은 K4리그 포천FC 18세 이하(U-18) 팀에 몸담다 지난달 중순 동유럽 체코로 떠나 체스카 포트발로바 리가(1부리그, 총 16개 팀) 슬로반 리베레츠와 성인 계약을 맺었다. 국내 프로팀 경력도 없는 유소년 선수가 체코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다. 송보현의 새 소속팀 슬로반 리베레츠는 1958년 체코 리베레츠키주 공업도시 리베레츠(Liberec)를 연고로 한 이스크라 리베레츠와 슬라보이 리베레츠가 합병하면서 창단해 지금까지 1부리그에서만 세 차례(2001­-2002, 2005-­2006, 2011­-2012)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문 구단이다. 체코 컵 트로피도 두 번(1999-­2000, 2014-­2015)이나 거머쥐었다.

송보현은 체코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아직 현지 적응에 한창이다. 체코 음식에 익숙해지려 한다. 벌써 입맛에 맞는 음식도 찾았다. ‘체코 족발’로 불리는 꼴레뇨(koleno)다. “한국 족발과 비슷한데 껍질이 정말 쫄깃쫄깃하고 껍질도 바삭하다. 살코기도 맛있다”며 ”체코 음식이 잘 맞더라. 집에서 요리도 해 먹는다”고 털어놨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체코의 모든 환경은 낯설기만 하다. 송보현은 어떻게 하다 체코에 둥지를 틀었을까.

송보현. /티아이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2019 제56회 청룡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인연을 맺은 현 에이전트 회사 티아이스포츠엔터테인먼트 김승태 사장과 함께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 추석 때 5박 6일 동안 일본 J리그1 세레소 오사카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데다 오사카가 즉시 전력감을 원해 입단이 무산됐다. 그러던 중 김승태 사장과 리베레츠 구단주 사이 친분으로 체코행이 추진됐다. 에이전트사에서 먼저 경기 영상을 보냈고 리베레츠가 입단 테스트를 제안했다. 송보현은 리베레츠로 떠난 뒤 합격점을 받아 마침내 계약에 성공했다.

한국과 문화, 시스템이 전혀 다른 체코 리그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체코는 축구 문화가 잘 잡혀 있어서 좋다”며 “3부리그라도 지역 주민이 연습경기를 보러 많이 온다. 열기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언어만큼 체코 선수들의 체격도 한국과는 매우 달랐다. 그는 “확실히 저보다 신체 조건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면에서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77㎝인 그는 장신이 즐비한 체코인들과 체격 싸움에서 밀린다. 그들과 비교해 나은 점도 있다. 그는 “순간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낸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다. 리베레츠에서 한솥밥을 먹는 한국인 동료 김이석(22), 박한빈(23)과 함께 지내고 있다. 같은 에이전트사를 둔 두 선수는 그보다 먼저 이곳에 와 터를 잡았다. 유강현(24)도 2부리그로 임대를 떠나기 전까지 그와 리베레츠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다. 이들은 그의 적응을 돕는 일등 공신이다. “저보다 경험도 많고 먼저 프로 세계에 발을 디딘 선배들이기 때문에 제가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며 “특히 형들의 조언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송보현. /송보현 제공

첫 해외 무대라 언어 문제는 적응에 걸림돌이다. 체코어를 먼저 익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송보현은 체코어를 가르쳐 주는 과외 선생님이 없어 독학으로 습득하고 있다. 그는 “지금 당장 대화가 어렵지만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하고 있다. 책을 사서 형들과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체코에서 성공을 다짐하며 홀로서기 중이다. “아주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는 그의 당돌한 대답에서 꼭 살아남겠다는 열망의 크기를 알 수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오전 8시 15분에 구단으로 가서 웨이트 하고 점심을 구단 식당에서 먹는다”며 “2~3시쯤 오후 훈련한다. 개인운동 빼고 하루에 총 4시간 정도 한다. 일과는 오후 5~6시에 끝난다”고 털어놨다. 아직은 2군에 있지만 언젠가 1군으로 월반할 날을 위해 축구화 끈을 당겨 맨다. 그는 “제가 노력하면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보현을 유년 시절 지도한 한 축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송보현은)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가 확실히 좋았다”며 “근성이 있고 노력파라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되리라고 본다”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10대 시절 큰 꿈을 안고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대선배’ 손흥민처럼 송보현도 패기 있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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