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연예인의 기부 릴레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기부금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 됨에 따라 여러 연예인들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거나 마스크, 손소독제, 방호복 등의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본인 소유의 건물 임대료를 인하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연예인들의 기부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폄하하며 선의를 전달하려고 한 의도를 왜곡했다. 또한 기부 액수를 두고 비난하기도 하며 연예인이라면 기부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스터트롯' 결승 진출자인 김호중은 11일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우승할 경우 상금 1억 원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스타라면 당연히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공약이었다.

■ 기부행렬·착한 임대료 운동 동참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여러 연예인이 앞다퉈 기부를 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했다.

기부금을 전달한 연예인은 한 번에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공유, 김수현, 김우빈, 박서준, 소녀시대 윤아, 손예진, 신민아, 이민호, 이병헌, 이서진 이정재, 전현무, 정우성, 트와이스 나연, 다현, 쯔위 등이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일정 금액을 전달했고 유재석, 김종국, 김혜수, 송강호, 송중기, 방탄소년단 슈가, 슈퍼주니어 은혁, 강다니엘, 유지태 등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또한 김고은, 수지, 정려원, 아이유, 이승기, 몬스타 엑스 등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했고 강호동, 서장훈, 염정아 등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엑소 찬열, 레이, 카이, 김재중 등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기부한 이들도 다수다. 박해진, 김고은, 함소원, 김보성, 최수종, 하희라, 홍진영, 비아이, 슈퍼주니어, 백지영, 박나래, 박명수, 이사배 등이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직접 구매해 취약계층에 기부했다.

자신의 명의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했다. 이효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유 건물 임차인들에게 이달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서장훈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서교동 건물 3곳의 요식업 임차인들에게 2개월 동안 임대료 1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김태희 비 부부도 마찬가지다. 비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레인 에비뉴 임차인에게 3월 임대료를 50% 인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고 김태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임차인들에게 3월 임대료를 50% 인하했다. 더불어 연예계 부동산 큰 손으로 알려진 전지현도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빌딩에 입주한 임차인들을 상대로 3월부터 두 달간 임대료의 10%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박은혜와 장혁, 홍석천도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받지 않는 등 선한 영향력 행사에 동참했다.

■ 이미지 관리·기부 강요

이처럼 많은 연예인이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일부 대중들은 이미지 관리라고 비난하거나 기부금 액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기부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예인이 기부하는 것 자체를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런 시선보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공개 기부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시언의 경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 원을 전달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전달한 금액이었지만 이를 두고 대부분의 누리꾼이 다른 연예인들의 기부 금액과 비교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이시언은 6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좀 더 낼 걸 그랬다"며 악플에 시달렸던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은 기부 금액이 적다며 이시언에게 붙는 대배우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시언은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모자 기부 프로젝트나 근로정신대 애니메이션 제작,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 위안부 후원 팔찌 등 여러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단순히 기부 금액으로 선의의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빈도 이시언과 비슷한 경우로 괜한 오해를 샀다. 현빈은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하며 편지를 썼다.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안전과 건강을 지켜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응원과 격려를 하기 위함이었지만 일부 누리꾼은 기부를 하지 않고 편지로 때우려고 하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현빈의 경우 톱스타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부를 해야 한다는 시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나흘 뒤 현빈이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고 2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장훈도 마찬가지다. 다른 연예인들은 임대료를 50%에서 전액 감면해주는 데 고작 10%냐며 악플에 시달렸다.

연예인들은 기부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다. 금액이 적다고 비난하거나 기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동참하지 않는 연예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일부 누리꾼은 연예인은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랑을 당연히 돌려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부는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떠밀리듯이 기부하는 건 기부의 기본적인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액수의 크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를 기부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그대로 칭찬받아야 할 행동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 역시 "여전히 공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부금의 액수를 두고 비난하는 것도 높은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며 "기부의 액수를 두고 비교하기보다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기부를 통해 이 사태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뿐. 다른 의도로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OSEN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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