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로농구 전설의 슈터 김병철 단독 인터뷰
김병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감독대행의 현역 시절 모습.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농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관중이 증가세를 보이며 인기 부활을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으며 주춤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전후와 현재 리그의 인기, 경기력 등을 비교 분석하고 한국농구연맹(KBL)의 흥행 노력을 조명해 보는 ‘응답하라 1990s’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5차례의 기획 기사로 프로농구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우편집배원 아저씨가 80kg짜리 쌀 포대에 팬레터를 한가득 들고 오셨죠.(웃음)”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고려대 유니폼을 입고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던 김병철(47)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감독대행은 당시 인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김병철 감독대행은 12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발렌타인데이나 생일 땐 제 방이 팬들의 선물로 가득 찼다”며 “집 밖에 팬들이 많아서 경비 아저씨가 새벽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외출할 땐 아저씨와 작전을 짜서 도망가곤 했다고 1990년대를 떠올렸다.

◆‘모방’과 ‘연습’ 통해 최고 슈터로 성장

그는 “농구장 가는 게 즐거웠던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신기성(45), 김병철, 양희승(46), 전희철(47), 현주엽(45) 등이 포진한 당시 고려대는 기아자동차(허재ㆍ강동희ㆍ김유택ㆍ한기범), 연세대(이상민ㆍ우지원ㆍ문경은ㆍ서장훈) 등과 늘 농구대잔치 우승을 다퉜다. 김 감독대행은 “실업팀 형들을 이기면서 희열감을 느꼈다. 자신감이 넘쳤다”며 “돌이켜보면 프로 이전이니 큰 무대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팬들을 보며 즐거웠고 매일이 색다른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속했던 2001-2002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는 한국농구연맹(KBL)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 중 하나로 꼽힌다. 김승현(42), 김병철, 전희철, 마르커스 힉스(42), 라이언 페리맨(44)으로 구성된 라인업은 성적(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김 감독대행은 “그땐 경기를 하면 할수록 승률이 올라가 두려움이 없었다. 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속공이 많은 빠른 농구를 구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방’과 ‘연습’을 통해 리그 최고 슈터로 거듭났다. 2000-2001시즌부터 2002-2003시즌까지 3시즌 연속 3점슛 성공률이 40% 이상(41.3-41.5-40.0%)을 기록했다. 김 감독대행은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그들의 기술 중 배우고 싶은 것들을 따라 하려 했다”며 “당시 이충희(61) 전 감독님의 슈팅 모습을 많이 봤었다. 스텝도, 슛 동작도 워낙 빠르셨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그 정도까지 빠르게 되진 못했다”고 떠올렸다.

대구 동양 오리온스 시절 김병철, 라이언 페리맨, 김승현, 전희철, 마르커스 힉스(왼쪽부터 순서대로). /KBL 제공

김 감독대행은 요즘도 3점슛을 던지면 연달아 성공하곤 한다. “예전 감각이 남아 있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슛 연습 많이 했다. 하루 1000개씩 했다”고 얘기했다. 3점슛 능력에 대해선 “감각을 유지하고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감각을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슛 쏠 때의 신체 밸런스, 그 느낌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속공 도중 3점슛을 과감하게 날리곤 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스카티 피펜(55)도 자주 애용하던 고난이도 기술이다. 김 감독대행은 “어려운 기술이라 그렇게 하라고 주문하는 감독님은 없었다. 제가 연습해서 좋은 성공률로 감독님께 믿음을 드렸다. 동양 오리온스 시절 처음부터 그런 슛을 많이 쏜 것은 아니었다. 제 것으로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인정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관성’을 중요시하는 지도 철학

‘농구 전설’의 입장에서 본 요즘 리그에 대한 평가도 궁금했다. 요즘 선수들의 자유투 성공률 등 슛 성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코치들이 지시해서 하는 것보다 선수 본인이 자발적으로 연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본인이 부족한 걸 깨닫고 그걸 채우려 노력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저는 어렸을 때 마이클 조던(57)의 드리블 후 점프슛이 정말 멋있어서 그걸 죽도록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그게 제 것이 됐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 감독대행은 “예전엔 공격 템포가 빠르기도 했고 잘하는 선수들도 워낙 많았다. 슈터들도 많아 고득점 경기도 흔했다. 요즘엔 고득점 경기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좀 더 노력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을 두고는 “예전엔 특출난 외국인 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요즘엔 전체적으로 잘 하는 편이다. 각자 갖고 있는 능력들이 있다”며 “기술은 세대마다 다르지만 프로페셔널한 마인드의 측면에선 요즘 선수들이 훨씬 낫다”고 비교했다.

현역 시절 슈터로 이름을 날린 김병철. /KBL 제공

동시대를 뛴 선후배 동료 선수들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리그 재개 이후 ‘적장’으로 만나게 될 이상민(48)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 문경은(49) 서울 SK 나이츠 감독 등 연세대 출신 감독들에 대해 “스포츠는 승부의 세계이니 서로 이기려 하는 게 당연하다. 라이벌 대학 출신이라 의식도 되지만 사실 경기 외적으론 다들 친하다”라고 웃었다. 연세대 농구부 출신이자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서장훈(46)과 ‘농구대통령’ 허재(55) 전 감독의 예능 출연과 관련해선 “끼들이 많으신 것 같다. 많은 관중 앞에서 큰 경기들을 많이 했던 분들이라 그런지 카메라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을 잘 하신다. 농구인들의 그런 예능 출연은 농구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올 시즌 오리온은 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인 10위(13승 30패)에 머물러 있다. “경기 전체를 폭넓게 보며 일선에서 지휘를 해야 한다는 게 코치 때와 달라진 점이다”라고 운을 뗀 김 감독대행은 “몇 승, 몇 위가 되느냐 하는 것보단 일단 선수들이 경기를 뛰면서 포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끌고 가야 다음 시즌에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대행이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일관성’이다. 그는 “선수단과 소통, 훈련 시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는 훈련 내용 등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저는 훈련할 때만큼은 강하게 하고, 그 외적으론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훈련 이후엔 선수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공격 농구’를 선호하는 김 감독대행은 “농구에선 결국 스피드가 중요하다. 좋은 선수들이 개인기 등 좋은 기량을 선보여야 관중이 환호한다. 빅맨들이 강한 몸싸움을 하며 박진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올해는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좋아진 것 같다. 아울러 경기가 접전으로 전개되는 걸 원한다. 그런 경기들이 많이 나오면 팬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실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로서 성장하고 있는 김병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감독대행. /KBL 제공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