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90년대를 수놓은 농구 아이템, 농구대잔치ㆍ마이클 조던ㆍ슬램덩크ㆍ마지막 승부ㆍKBL
농구대잔치와 KBL 출신 전설인 전희철(왼쪽)과 우지원.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30대 이상 농구 팬들이 자부심을 갖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농구대잔치를 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7)을 본 세대라는 점이다. 기자는 다행히 둘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허풍 섞인 우스갯소리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이 단순히 ‘허풍’만으로 생긴 건 아니다. 1990년대 국내 농구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농구라는 콘텐츠는 업계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활용됐다. 기아자동차 농구단(허재ㆍ강동희ㆍ김유택)과 연세대 농구부(이상민ㆍ우지원ㆍ문경은ㆍ서장훈), 고려대 농구부(전희철ㆍ김병철ㆍ양희승ㆍ현주엽)가 농구대잔치에서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했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선 시카고 불스(마이클 조던ㆍ스카티 피펜ㆍ데니스 로드맨)가 6차례나 정상에 오르며 국내 농구 붐을 일으켰다.

1994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기 배우 장동건(48)과 손지창(50), 심은하(48)가 출연한 청춘 농구 드라마였다. 극중에서 나온 손지창의 공중 360도 회전 3점슛은 현실에선 시도조차 되지 않는 슛이었지만, 농구 팬들은 그런 연출된 농구 연기 하나에도 열광했다. 1995-1996시즌 NBA 시카고 불스는 당시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이었던 72승(10패)를 기록하며 가장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득점왕 조던과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피펜(55), 리바운드왕 데니스 로드맨(59)은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트리오’로 꼽히며 전 세계 농구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기자가 1990년대에 모았던 NBA 자료들의 일부. /박종민 기자

그 시절 미군방송채널이었던 AFKN은 NBA 중계를 보려는 팬들의 갈증을 해결해줬다. 토요일 오후 1시 TNT 경기 중계와 평일 오후 6시~6시 30분에 시작했던 CNNSI 스포츠뉴스, ESPN 스포츠뉴스는 NBA 팬들이 ‘본방 사수’했던 프로그램이다. 지상파에선 고(故) 한창도 농구 해설위원과 박영만 캐스터가 진행하던 ‘NBA 농구’라는 프로그램도 주 1회 1시간 가량 방영됐다. 1999년 1월 조던의 2차 은퇴 소식은 지상파인 KBS와 MBC 9시 뉴스 초반에 다뤄지며 그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나이키 조던 시리즈 농구화와 나이키 손목보호대, NBA 그랜트 힐(48)의 휠라 농구화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996년 여름 방한한 힐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김국진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힐은 홍콩 영화배우 故 장국영 씨를 만나고 싶어 한 탤런트 홍진희(58) 씨의 요청으로 ‘한판승부’를 벌였다. 이날 힐의 도전 과제는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잡아서 덩크슛을 내리 꽂는 것이었는데 보란 듯이 성공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강백호와 서태웅의 라이벌 구도로 인기를 끌었던 만화 ‘슬램덩크’도 빼놓을 수 없는 1990년대 농구 인기 아이템이다.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53)의 만화 ‘슬램덩크’는 국내 지상파 SBS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당시 파란 눈의 외국인 선수들은 NBA 선수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플레이로 농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줬다. 당시 안양 SBS 스타즈의 제럴드 워커(47)는 고난이도 드리블과 고공 플레이로,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클리프 리드(50)는 경기마다 여러 개의 파워 덩크를 선보이며 KBL 원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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