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 팬데믹에 국내 증시 '패닉'...코스피, 코스닥 모두 사상 최악의 하락세
외국인 매도 물량 기관(연기금)과 개인이 받으며 낙폭 줄여
각국 정책공조 효과, 코로나19 둔화 등 나타날 2분기 반등 기대
13일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등으로 급락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가 사상 최악의 일주일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 선언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증시의 패닉은 곧바로 국내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고작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223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특히 13일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13일의 금요일'다운 공포를 경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개장 직후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와 사이드카(Sidecar)가 동시에 발동됐다. 간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대부분 10% 전후의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투심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지속되면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8% 넘게 추락하며 168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도 13%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480선까지 추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8월 9일(-9.88%)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같은 해 10월 5일 1659.31포인트까지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시장이 개장한 1996년 7월 1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013년 12월 20일(483.8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6년 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2.89포인트(3.43%) 내린 1771.4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역시 39.49포인트(7.01%) 떨어진 524.00에 마감됐다. 주간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가 13% 이상 급락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18% 넘게 빠졌다. 장중 최저가를 기준으론 코스피는 한때 17% , 코스닥은 24% 넘게 하락했다.

이날 장중 한때 각각 8%, 13% 넘게 떨어졌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다시 끌어올린건 국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자의 집중적인 매수세였다. 연기금은 이날 3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포함한 국내 기관의 순매수 금액은 5850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줄 국내 증시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다. 연기금은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던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1조6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날도 역시 4460억원 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지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도 지난달 17일부터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단 사흘을 제외하고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무려 1조1650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했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위축이 본격화되고,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11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의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주요국의 유동성 확대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금융위기를 통해 양적완화의 효과를 각국이 경험한 만큼 코로나19의 확산만 막으면 시장은 차츰 안정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긴급자금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지난 금융위기에서의 교훈"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조5000억달러의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공급과 부분 양적완화를 결정한 것에 이어 오는 18일 연준 회의에서 추가 100bp 가량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규모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의 재정 대응책 역시 강화되고 있어 통화와 재정의 투트랙 정책대응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미 연준이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50~0.75%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며 "2월 긴급조치였던 0.5%포인트 금리인하에 연이은 빅컷(대폭 인하)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중앙은행(BOJ)과 중국 인민은행도 유동성 공급을 실시할 전망"이라며 "각국 중앙은행들의 이러한 행태는 금융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단기자금 시장에서 신용경색의 발생 가능성을 억제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이날 장 마감후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의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8년 7개월 만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시장조치를 취했지만 주요국 주가가 하루에 10%씩 하락하는 시장 상황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증시가 V(브이)자 반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이 효과를 나타내고, 금융위기 가능성이 사라져야만 증시도 본격 반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이미 사회보험료를 인하한 데 이어 미국도 급여세 감면 계획을 내놓는 등 각국의 재정정책 가동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며 "현재 풀려난 유동성이 향후 실물과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둔화되거나 감세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대응이 성공하고 은행(금융)시스템에도 문제가 없을 경우, 2분기에 U자형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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